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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앙일보 칼럼에 청와대 "어처구니 없다"

칼럼 "노무현이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에 강력 반박

"노무현은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칼럼이 28일 중앙일보에 실려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당장 이날자 <청와대브리핑>에 "흑백논리와 음모적 사고, 역사의 자의적 해석, 사실의 외면 등 언론이, 그리고 칼럼이 금기시하는 모든 부정적 요소를 한 곳에 모아놓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이처럼 강도높은 반론을 제기한 것은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영입 이후 처음이다.

***정진홍 "盧대통령 고장난 시계 차고 있어"**

정진홍 논설위원은 이날자 중앙일보에 실린 '중앙시평'에서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거론하면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진짜 이유는 거북이는 산등성이의 깃발만을 보고 갔고, 토끼는 깃발이 아니라 거북이를 보고 달렸기 때문"이라면 "박정희는 거북이고, 노무현은 토끼"라고 규정했다.

정 위원은 "노무현은 목표보다는 상대를 보고 뛴다. 상대만 제치면 일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는 계속 바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를 보는 사람'은 '목표를 보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 노무현이 박정희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새해벽두에 경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지만 지난 한 달 어떠했는가"라며 "30년 전의 철 지난 문서를 공개하면서 우회적으로 박정희를 때리고, 광화문 현판을 바꾸겠다면서 박정희를 지우려 한다는 의심만 증폭시키며 2005년의 첫 달이 지나고 있다"고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와 광화문 현판 교체가 박 전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차라리 (광화문을) 새로 세우고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로 현판을 써서 달아라. 그게 낫다. 애꿎게 아무 상관없는 정조의 비문에서 글자를 채자 한다고 법석 떨지 말고"라고 비꼬았다.

정 위원은 "우리는 갈길이 바쁜데 왜 이렇게 뭉개고 있나 하고 곰곰 생각해 보니,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아직도 고장 난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와대 참모진들이 80년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마디로 우리의 인식시계는 고장 나 있었다. 아니 멈춰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 격차를 갖고 우리는 엉뚱한 곳을 헤매며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장 나서 멈춘 인식의 시계를 차고 현실로 나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이른바 386세대가 갖는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정진홍 시계는 70년대 시계 아닌가"**

"정 위원은 지금 시계를 보기 바란다. 혹시 70년대 시계가 아닌지…."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80년대에서 멈춘 시계를 차고 있다는 비판에 청와대는 "유신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국가 목표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외신 회견을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했던 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며 정 위원의 시계가 70년대에 멈춰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또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와 광화문 현판 교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 정직하게 표현하면 이런 글이 대한민국 유력 신문에 버젓이 실리는 현실이 한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는 강제 징병·징용피해자 유족들이 2002년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법원이 공개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유족들에 의해 소송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신문사 논설위원이 “우회적으로 박정희를 때리고”라며 ‘대통령 사주’로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정 위원 주장의 오류를 지적했다.

광화문 현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이미 1995년 경복궁 복원 수립 과정에서 결정된 일이고 2003년에는 공청회까지 거쳤다고 한다"며 "찬반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제발 독재정권 시절의 음모와 공작의 잣대로 오늘을 판단하지 말라"며 "정 위원의 28일자 칼럼이 발행인 또는 특정정치 세력의 사주가 작용했다고 주장하면 뭐라 대답하겠는가"고 비난했다.

다음은 각각 이날 중앙일보에 실린 정진홍 위원 칼럼과 청와대브리핑 반박문 전문이다.

***노무현이 박정희 이길 수 없는 이유**

"박정희는 거북이고, 노무현은 토끼다." 최근 일고 있는 광화문 현판 시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진짜 이유를 아는가? 간단하다. 거북이는 산등성이의 깃발만을 보고 갔고, 토끼는 깃발이 아니라 거북이를 보고 달렸기 때문이다.

거북이는 고지가 절대 목표였고, 토끼는 상대인 거북이만 제치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토끼는 상대적으로 거북이보다 훨씬 빨랐지만 느릿느릿 오는 거북이를 보고 다 알다시피 중간에 방심해 잠자고 말았다. 문제는 빠르고 느림 이전에 뭘 보고 달리느냐다. 목표냐 상대냐!

박정희는 산등성이의 깃발만 보고 간 사람이다. 분명한 목표, 절대적 목표를 보고 간 사람이다. 그 시대엔 비웃음도 샀지만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이라는 목표가 분명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갔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오죽하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겠는가.

반면 노무현은 토끼다. 목표보다는 상대를 보고 뛴다. 상대만 제치면 일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는 계속 바뀐다. 지금은 상대가 박정희 아니 박근혜일지 모른다. 하지만 조만간 상대는 손학규일 수도 있고, 이명박일 수도 있다. 심지어 고건이나 김근태가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를 보는 사람'은 '목표를 보는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 노무현이 박정희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해벽두에 경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어떠했는가. 30년 전의 철 지난 문서를 공개하면서 우회적으로 박정희를 때리고, 광화문 현판을 바꾸겠다면서 박정희를 지우려 한다는 의심만 증폭시키며 2005년의 첫 달이 지나고 있다.

문서 공개는 기준과 방식에 모호한 면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 치자. 하지만 박정희가 쓴 광화문 현판을 바꿀 요량이라면 콘크리트로 만든 광화문 자체를 먼저 문제 삼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차라리 광화문을 부수고 새로 제대로 세우면서 현판도 갈겠다고 나섰다면 모르겠다. 콘크리트 광화문은 그대로 두면서 그것을 만든 시대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쓴 현판만 떼라.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차라리 새로 세우고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로 현판을 써서 달아라. 그게 낫다. 애꿎게 아무 상관없는 정조의 비문에서 글자를 채자 한다고 법석 떨지 말고!

우린 갈 길이 바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뭉개고 있나 하고 곰곰 생각해 보니,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아직도 고장 난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980년대를 관통해 90년대 초반까지 철 지난 마르크스주의와 주체사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우리의 이른바 진보적 지식사회는 마르크스 원전 연구에서부터 그람시.알튀세르.루카치.로자 룩셈부르크와 그 밖의 다양한 네오마르크스 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마르크스주의의 잡화상'을 차릴 정도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공산주의 이론가 루이 알튀세르가 마르크스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던 때가 70년대 중후반이었고, 자기 인식과 현실과의 괴리를 못 이겨 아내마저 교살했던 것이 80년이었던 점을 되짚어 생각하면 뒷북치기도 그런 뒷북이 없는 일이었다. 하다못해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마르크스주의의 미래가 있는가'라는 책을 82년에 냈지만 정작 우리가 그것을 번역해 열독했던 것은 92년이었다.

한마디로 우리의 인식시계는 고장 나 있었다. 아니 멈춰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 격차를 갖고 우리는 엉뚱한 곳을 헤매며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학술적으로 읽는 것이야 시차와 크게 관련 없다. 하지만, 고장 나서 멈춘 인식의 시계를 차고 현실로 나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이른바 386세대가 갖는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2005년을 살고 있다. 차고 있는 시계가 맞는지 다시 볼 일이다. 그리고 미래로 가야 한다. 분명한 목표를 바라보면서!

***IT 시대의 고장난 시계- 28일자 ‘중앙시평’을 읽고**

참으로 답답하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다. 중앙일보 28일자 정진홍 논설위원의 ‘노무현이 박정희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읽고 드는 생각이다. 정 위원의 칼럼은 글이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흑백논리와 음모적 사고, 역사의 자의적 해석, 사실의 외면 등 언론이, 그리고 칼럼이 금기시하는 모든 부정적 요소를 한 곳에 모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목표를 보고 간 사람이고, 노 대통령은 상대를 보고 뛰는 사람이라고 했다. 거북이와 토끼에 비유하면서 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묻고 싶다. 국정운영에서 ‘목표’와 ‘상대’가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나눠지는지를. 선진한국도, 정치개혁도, 개방형 통상국가도 목표이면서 상대가 있다. 예를 들어 정치개혁이라는 목표는 여야 협력이라는 상대에 대한 고려의 바탕 위에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목표를 위해 때로는 상대와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한다. 참여정부의 ‘선진한국’ 비전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의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 비전도 그러했을 것으로 믿는다.

한가지 더 묻는다. 유신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국가 목표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외신 회견을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했던 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정 위원은 또 노 대통령이 “30년 전의 철 지난 문서를 공개해 우회적으로 박정희를 때리고, 광화문 현판을 바꾸겠다면서 박정희를 지우려 한다는 의심만 증폭시키며 2005년의 첫 달이 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정직하게 표현하면 이런 글이 대한민국 유력 신문에 버젓이 실리는 현실이 한심스럽다.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는 강제 징병·징용피해자 유족들이 2002년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법원이 공개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유족들에 의해 소송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신문사 논설위원이 “우회적으로 박정희를 때리고”라며 ‘대통령 사주’로 몰아가고 있는 데 대해 말문이 막힐 뿐이다.

그 말이 맞으려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미리 현재 상황을 예견하고 유족들을 회유해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 또 법원에 압력을 가해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어야 했다. 그것이 가능한가.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공작과 협박으로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참여정부는 능력 밖의 일이다. 제발 독재정권 시절의 음모와 공작의 잣대로 오늘을 판단하지 말라.

정 위원의 28일자 칼럼이 발행인 또는 특정정치 세력의 사주가 작용했다고 주장하면 뭐라 대답하겠는가.

광화문 현판도 마찬가지다. 이미 1995년 경복궁 복원 수립 과정에서 결정된 일이다. 2003년에는 공청회까지 거쳤다고 한다. 찬반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여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당 부처가 합리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면 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정 위원은 지금 시계를 보기 바란다. 혹시 70년대 시계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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