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야구 역사상 최고의 좌우 원투펀치로 손꼽히는 정민태(현대)와 구대성(뉴욕 메츠)이 올 시즌 투수로서 마지막 도전을 하게 됐다.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구대성에겐 미 프로야구 타자들과의 승부가 도전이며 25% 연봉이 삭감돼 자존심을 구긴 정민태에겐 최고투수로서의 자존심 회복이 급선무다.
***정민태와 구대성의 마지막 도전**
지난 시즌 7승 14패, 방어율 5.00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정민태는 연봉 25%가 삭감되자 담배도 끊고 다시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지난 해 7억4천만원으로 최고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던 정민태는 허리부상과 피로누적이 겹쳐 시즌 초반부터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정민태는 예전의 낮게 깔리는 빠른 직구와 반포크볼로 중무장했던 정민태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뉴욕 양키스 입단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에이전트의 말과는 달리 우여곡절끝에 뉴욕 메츠를 택한 구대성에겐 2005년이 투수인생에 마지막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두둑한 배짱투로 완투승을 거둔 구대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되는 듯 했지만 결국 일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릭스에 입단한 구대성은 자신의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팀전력이 신통치 않아서인지 수치상으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일성 위원 "정민태, 투구패턴 손질해야"**
하일성 KBS 야구해설위원은 2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1990년대초 한양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정민태, 구대성 투수의 향후 전망을 했다.
하 위원은 “지난 해 정민태의 부진원인은 구질개발과 투구패턴 변화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예전엔 타자들이 정민태와 상대할 때 볼 카운트 원스트라이크 스리볼만되면 무조건 기다렸지만 지금은 치기위해 달려든다. 정민태 선수는 올 시즌 이런 점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은 “오히려 지난해 정민태 선수가 부진했던 게 선수생활을 2~3년 더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영리한 투수고 경험이 풍부한 만큼 시즌 초 한두 경기만 잘 풀리면 과거처럼 18승까지는 무리지만 10승정도는 무난히 해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일성 위원 "구대성,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 필요"**
하 위원은 “구대성의 투구는 5백원짜리 동전을 넣고 배팅볼을 치는 것과 같이 타자들이 공을 오래 볼 수가 없다. 오른쪽 어깨가 덜 열리기 때문에 볼이 감춰져서 나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 위원은 "구대성은 지금 힘으로 타자를 압도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완급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힘이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종(縱)으로 크게 떨어지는 공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정민태, 구대성은 최동원, 이선희와 견줄 만 하다"**
하 위원은 또 “구대성은 과묵한 편이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투구를 지향하는 반면 정민태는 달변이지만 세심한 성격이다. 구대성은 마무리투수였고 정민태는 선발투수였다는 점도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두 투수를 비교했다.
하 위원은 이어 “정민태, 구대성 좌우 컴비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까지 국가대표로 같이 뛴 최동원, 이선희 투수와 투구스타일은 다르지만 견줄 만 하다”고 밝혔다.
하 위원은 “구대성 투수가 과거 이선희 투수(현 삼성 코치)와 함께 일본킬러가 될 수 있었던 점은 일본 주축타자들이 왼손이 많았고 슬라이더를 잘 던졌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구대성과 정민태는 1989년 한양대를 대학야구 사상 두번째 시즌 3관왕으로 이끈 뒤부터 근 10여년간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거물투수로 선의의 경쟁을 해왔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로 올 시즌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두 투수가 어떤 결과를 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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