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대표팀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인종차별적인 언행으로 스페인 축구협회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스페인 정부산하기관인 반폭력 위원회의 요구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아라고네스 감독은 벌금과 일시자격 정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외신은 15일(현지시간) “아라고네스 감독의 발언에 대해 스페인 축구협회가 조사를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의 인종차별 설화(舌禍)는 지난 10월 자국 선수인 호세 레예스에게 “검둥이 (티에리 앙리)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라”는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이후 스페인 언론을 통해 “레예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일축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지난 11월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이 있기 전 기자회견에서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자신에게 질문공세를 퍼붓던 영국기자들에게 되려 영국 식민지의 과거를 거론하자 파장이 확산됐다.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친선경기에서 스페인의 일부관중들이 잉글랜드 흑인선수들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쳤고 영국 언론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14일 스페인 스포츠일간지 <AS>와의 인터뷰에서 “앙헬 마리아 비야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이 문제에 관해 내게 말해줬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지킬 권리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재선된 비야 협회장은 지난 주 스페인 반폭력위원회나 스포츠협의회부터 아라고네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의 대표격인 라파엘 블랑코는 코르도바에서 <스페인 스포츠의 미래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회의를 열고 아라고네스 감독에 대한 조사가 긴급사항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조사에서 아라고네스 감독의 인종차별 발언이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것인가의 여부가 판단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체육부장관 하이메 리사베츠키는 “스페인 축구협회가 가능한 빨리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을 쫓아내는 캠페인을 시작했으면 한다. 우리는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에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되며 스페인에서 이 같은 행동이 발생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에서도 인종차별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아라고네스 감독은 3만유로의 벌금과 일시적인 감독 자격정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페인 축구협회로서는 아라고네스를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유럽지역예선 7조에 속해있는 스페인은 승점 5점으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리투아니아에 이어 조3위를 달리고 있다. 아라고네스 감독에 대한 조사가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스페인은 지역예선 도중 감독을 바꿔야 하는 시련을 겪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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