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업팀과 대학팀이 같이 출전하는 백호기야구대회, 농구대잔치, 백구의 대제전 등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팀들이 성인 실업팀들을 제압하는 이변이었다. 농구대잔치에서 서장훈, 이상민 등을 앞세워 실업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연세대나 백구의 대제전에서 최고 팀으로 우뚝 선 한양대가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학, 실업, 프로팀이 총망라돼 토너먼트 방식을 경기를 치르는 FA컵 32강전에서도 순수 아마추어 팀 재능교육이 14일 대학강호 건국대를 1대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연출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생활체육팀의 FA컵 출전이 처음 허용된 2001년 이후 순수 아마추어 팀이 FA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최초의 사건이다.
***재능교육 "할렐루야와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승리하겠다"**
한국판 칼레를 꿈꾸는 재능교육의 원진재 감독(재능인쇄 관리과장)은 1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할렐루야와의 16강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겠다. 할렐루야와의 경기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원 감독은 "선수들은 대학교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한 미드필더 최근진이 있긴 하지만 학창시절 대부분 전혀 축구를 안했거나 고등학교까지 축구를 했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원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직장인이다 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연습을 해왔다. 하지만 선수들이 애경사 등 집안일 때문에 모두 함께 연습하는게 쉽지 않았고 연습도 안산 양궁경기장에 있는 인조잔디 축구장 등에서 하다보니 서러움을 느꼈다"고 축구팀 운영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중학교까지 선수생활을 했지만 부상 때문에 축구를 포기했던 원진재 감독은 "FA컵에 대비해 회사의 지원을 받고 지난 1일부터 통영에 내려와 합숙훈련을 했다. 순수아마추어 팀으로 큰 일을 이룬 만큼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팀이 FA 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마다 회자되는 팀은 지난 2000년 프랑스 FA컵 결승에 진출했던 칼레 레이싱유니언 풋볼클럽이다. 아마추어 4부리그 팀 칼레는 프랑스 축구역사상 최초로 프랑스 FA컵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칼레의 기적'을 연출했다.
***아마추어 축구팀 돌풍의 대명사 칼레**
당시 프랑스 언론은 칼레와 낭트가 맞붙는 프랑스 FA컵 결승전에 대해 " 낭트의 골수팬들이 아니면 아마 모든 팬들이 칼레를 응원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도 칼레에 대한 특별 기사를 8면에 걸쳐 소개할 정도였다.
<르몽드>는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가난한 도시 칼레의 선수들은 정원사, 자영업자 등 축구와 무관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 FA컵을 통해 각광받은 플레이메이커 엠마누엘 바쇠르의 직업은 화가였고 5살때 프랑코의 독재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라디슬라스 로자노 감독도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였지만 스페인 국적을 가지고 있어 대표팀 문도 두드려보지 못했다"며 상업주의가 만연한 현대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칼레의 기적을 대서특필했다.
칼레의 기적이 더욱 관심을 끈 이유는 조각작품 <칼레의 시민>때문이다. 로댕의 걸작 <칼레의 시민>은 14세기 백년전쟁 중 점령자 영국군에 저항한 시민들이 처형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목에 밧줄을 감고 나타나 영국의 왕 에드워드 3세를 감복케 한 칼레의 시민대표 6인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하지만 로댕은 작품을 통해 영웅적인 시민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인간적이고 고뇌에 찬 사실적인 모습을 조각을 통해 구현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바닷가 한적한 곳에 초라하게 세워졌다. 하지만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마치 아무도 관심을 안가졌지만 FA 컵 결승까지 진출해 화제를 뿌린 칼레 축구팀 처럼 오래지 않아 최고의 조각작품으로 인정받았다.
1997년 창단해 지난 해 FA컵 32강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를 했던 재능교육 팀은 16일 경남 통영에서 할렐루야와 FA컵 16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향해 일보전진을 꿈꾸고 있는 재능교육의 신선한 돌풍이 계속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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