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다섯번째 키커로 나선 골키퍼 김병지의 회심의 슛을 수원삼성의 골키퍼 이운재가 막아내자 차범근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98년 월드컵 도중 경질이후 자격정지 조치까지 받고 중국축구를 거치는 '와신상담'끝에 돌아온 차범근 감독이 지도자생활 14년만에 얻은 첫 우승에 눈시울을 붉혔다.
***차범근 14년만에 '한' 풀다**
수원삼성은 12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포항스틸러스를 4대3으로 제압했다.
1970~80년대 국내축구 최고 스트라이커 차범근과 최순호의 대결로 관심을 집중시킨 수원삼성과 포항의 결승 맞대결은 1차전 0대0에 이어 2차전에서도 연장전까지 애타게 기다리던 골이 터지지 않았다.
포항은 전반 28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동료가 내준 공을 이민성이 마무리하는 듯 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에 맞대 튕겨나갔다. 수원삼성은 전반 중반이후 김두현이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고 마르셀, 나드손 등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골을 넣는데는 실패했다.
후반 24분 포항은 마케도니아 출신의 외국인선수 코난이 수원삼성의 수비수 무사, 곽희주를 따돌리고 결정적인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왼쪽 골포스트를 맞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연장전에서 두 팀은 골을 뽑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이운재, 김병지가 지키는 수원삼성과 포항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승부차기 3대2 상황에서 포항의 3번째 키커 이민성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수원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현 수원삼성의 차범근 감독에게 지난 1997년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선사한 '도쿄대첩'의 주인공 이민성이 이날 경기에서 두 번이나 골대를 맞추자 포항 벤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수원삼성의 4번째 키커 김진우의 왼발 슛을 김병지 골키퍼가 감각적인 다이빙으로 막아내 승부의 향방은 다시 안개속에 휩싸였다.
***김병지 울린 이운재**
수원삼성 우르모브가 슛을 성공시켜 4대3으로 앞서자 포항은 5번째 키커로 '골넣는 골키퍼' 김병지를 내세웠다. 1998년 멕시코 월드컵의 주전골키퍼 김병지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전골키퍼 이운재의 진짜 승부가 펼쳐진 셈이다. 김병지는 정지해 있는 공을 향해 돌진했지만 마지막 순간 이운재의 움직임을 읽기 위해 다소 머뭇거렸고 이운재 골키퍼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공을 막아내 손끝으로 수원삼성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2001년 1월 홍콩에서 펼쳐진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와의 3,4위전에서 김병지는 골문을 비워두고 무리한 드리블을 해 실점위기를 자초하며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대표팀 주전골키퍼였던 김병지는 이후 정작 월드컵에선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한 채 이운재의 후보골키퍼가 됐다.
경기후 차범근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여기까지 오는데 14년이 걸렸다. 그 동안의 안좋았던 기억들이 이번 우승으로 다소나마 위안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범근 감독은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본선사상 첫 승리를 따내는 가 했지만 첫 골을 넣은 하석주가 '백 태클'로 퇴장을 당하면서 역전패했고 네덜란드에게 0대5로 참패하자 대회도중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차범근 감독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축구 승부조작설' 등을 제기해 5년간 자격정지 조치를 받아 중국프로축구 선전 핑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야했다. 차범근 감독은 지난 2000년 사면됐고 2002년 MBC에서 월드컵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 해 전격적으로 수원삼성 사령탑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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