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수사대상 대리시험 원서를 99%가량 확인하는 등 사실상 대리시험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 수사 결과, 3일 오후(2시 기준) 이미 수사초기 광주지역에서 자수한 여학생 2명을 포함해 13명의 대리시험 부정이 적발됐다.
***'대리시험 수사', 99%진행 총 13명 적발**
경찰은 13명 이외, 대전.충남 지역에서도 1천8백99건의 수능응시원서와 주민등록사진을 대조한 결과 사진이 다른 사례를 대전과 공주에서 각각 1건씩 적발했으나 이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 모두 '불입건' 조치할 예정이다.
따라서 위의 사건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적발된 대리시험 혐의는 6건 13명으로 이 중 3건은 본인들의 자수에 의한 것이고, 2건은 시험후 경찰 수사에 의한 것이며, 시험 당일 감독관에 의해 적발된 것은 광주 사례 단 한 건이다.
결국 경찰의 수사가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험 감독체계 전반의 소홀함이 대리시험을 '만만하게' 본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수사를 통해 드러난 다음 두 '대리시험' 수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리시험 해마다...시험 감독 및 신분확인 등 교육당국 관리소홀 원인**
광주에서 수능시험을 보다 현장에서 감독관에게 적발된 여학생은 무려 3년간 대리시험을 봤다. 이들은 "감독관의 신원확인이 허술해 부정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2년간 아무탈 없이 대리시험을 봐오다 3년만에 수험표의 사진과 수험생의 얼굴이 다른 감독관의 '눈썰미'에 적발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수험생의 사진을 원서에 붙여 내고 등 시험장에는 원 수험생의 사진이 붙은 수험표와 신분증을 갖고 들어가는 등 '본인확인'이 소홀한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이번 경찰의 수능원서 사진과 주민등록사진을 대조하는 방식의 수사방법에는 원천적으로 걸릴 수 없다. 즉, 현장에서 걸리지 않으면 증거가 남지 않아 가려낼 방법이 없다.
***"4% 이내 5백만원, 1% 이내 1천만원"**
또한 지난해 수능 대리시험을 의뢰했다 적발돼 집행유예중인 차모(23)씨의 경우 이번에 다시 대리시험을 시도하는 '용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차씨는 지난해 자신을 '서울대 공대생'이라고 속이고 k대 한의대생에게 "한의대에 가고 싶다"며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시험장에서 감독관에게 걸려 실패했었던 인물로, 당시 언론에선 '공대 위기'를 충격적으로 다뤘었다. 차씨는 그러나 실제로는 수도권 A대학에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차씨는 작년일로 처벌을 받고 집행유예중임에도 올해 8월경 인터넷 과외 사이트에서 만난 박모(28)씨와 대리시험을 공모했다. 박씨는 서울대를 중퇴하고 변리사 준비중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다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는 등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던 처지로, 차씨로부터 넉달간 매달 30만원씩 받았고, 수능 성적에 따라 4% 이내면 5백만원, 1% 이내면 1천만원을 받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는 이와 같이 대리시험을 공모하고 응시원서에 박씨의 사진을 붙여 교육청에 직접 제출했고, 시험 당일 박씨는 차씨의 신분증과 차씨 사진 대신 자신의 사진이 붙은 수험표를 갖고 고사장에 들어가 시험을 봤다. 결국 원서와 수험표의 사진은 박씨 사진이지만 신분증의 차씨 얼굴을 아무도 못 알아챈 것이다.
차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실제로 시험은 내가 봤다"고 주장했으나, 고사장 현장 검증에서 시험을 치른 고사장을 찾아내지 못해 범행 혐의가 짙어지게 됐다. 아직 '대리시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현장에서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차씨와 박씨가 알리바이를 조작해 정확한 진술을 했더라면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당국 신원확인 관리 소홀 비판 면키 어려울 듯**
이번에 처음으로 경찰에 의해 응시원서-주민등록사진 대조라는 수사가 진행돼, 차씨와 같은 수법의 대리시험 부정을 밝히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법도 응시원서를 받을 때부터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거나 최소한 고사장에서 신분증과 수험표 및 원서 사진 대조를 철저히 했다면 일찌감치 가려낼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앞서 살핀 광주 대리시험 사례와 같은 경우는 2년이나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감독관의 '감독소홀'을 믿고 수능원서에 수험생의 사진을 붙이고 대리시험을 치른 경우엔 이번 경찰의 대리시험 수사에도 걸리지 않는다. 현장 적발 외에는 적발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일선 교육기관에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 수능시험공고에는 "수험생은 시험당일 수험표와 주민등록증 또는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사진이 부착되어 있어야 함)을 반드시 지참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나,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대부분 고교 1~2년 때 찍은 사진이라 재수생의 경우에는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시험 당일 수험생들이 잔뜩 긴장된 상황에서 고사장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1년에 한 번 밖에 없고, 대학진학이 걸린 중요한 시험이라는 이유로, 실제로 시험당일 고사장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는 '실수'를 눈감아주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에도 시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대규모 부정사태가 교육당국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한 몫한 결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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