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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선생의 '나의 酒道 10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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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선생의 '나의 酒道 10개조'

후학들에게 남기는 '술의 지혜' '인생의 지혜'

<프레시안>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남재희 선생의 '나의 문주(文酒) 40년'이 <언론-정치 풍속사>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 의해 한 권의 아담한 책으로 엮여나왔다.

20년간은 정치인으로, 20년간은 정치인으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 한 가운데 있었던 필자는 한국의 언론-정치계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술의 문화' 형식을 빌어 기록,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내밀하고 진실된 고백, 교유, 일화, 비망록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그동안 '문주 40년'이라고 잡설을 써왔는데 이제 나의 반성문을 쓸 때가 됐다. 그래서 '주도 10개조'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고 밝힌 뒤, 한국의 음주문화에 섞어들어와 있는 '일본의 낭인 음주문화'를 씻어내고 참으로 술을 즐길 수 있는 열가지 지혜를 후학들에게 남겼다.

다음은 남재희 선생이 '나의 주도 10개조' 전문이다. 편집자주

***'나의 주도 10개조'**

1. 술은 아주 천천히 마셔라. 입 안에서 혀로 굴리며 향과 맛을 음미하라. 남북정상이 만났을 때 보니 김정일 위원장은 "원샷" 운운하던데 그것은 좋지 않다. 마셨다 하면 두세시간 여유를 갖고 즐겨라.

2. 낮술은 절대 금물이다. 낮술은 활동할 수 있는 때에 시간낭비일 뿐만 아니라, 낮에 얼굴에 주기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 언론계에서 석간신문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석간이 나온 후 점심식사에 반주를 하다가 자주 저녁에까지 계속되어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조간신문 사람들에 비하여 일찍 사망한 확률이 높았다.

3. 안주를 즐겨라. 아주 싼 것이라도 각기 맛이 독특하니 그 독특함을 음미하고 거기에 뜻을 부여해보라. 요즘 화초와 야생초와 잡초 모두에게 가치를 두는 것과 같다.

4. 술집의 품위를 살펴서 선택하라. 싸고 비싸고에 관계가 없다. 주모(酒母)의 품위가 정갈하냐 아니냐에 관계된다. 주모와의 인정미의 교류도 중요하다. 단골이 되면 거기서 인간사 이야기가 꽃을 피우게 되고 하나의 세상이 열린다. 단골이 다섯 곳이면 다섯 개의 세상이 있다. 되도록 현찰로 하고 팁은 꼭 주도록 하라.

5. 주머니 사정에 따라 술집을 골라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분이라도 통 크게 돈 사정 생각하지 않고 마신다. 서양 사람들은 더치페이(dutch pay)라고 공동부담을 잘한다. 이웃 일본사람들 사이에서도 '와리캉'이라고 공동 부담은 일상적이다. 그렇다고 꼭 공동부담 하라는 것은 아니다.

6.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처럼 벗과 더불어 술을 나누는 것은 더욱 즐겁다. 술로 기분좋은 상태가 되어 서로 의식이 확장되고 교류가 밀접하게 되는 것이다. 술벗은 둘보다는 셋이 좋고, 넷은 셋과 비슷하고 다섯 이상은 너무 많다. 술벗의 선택은 자기 운명의 선택과 연결된다. 그 선택에 숙고가 필요하다. 느낌이라는 컴퓨터가 있다. 벗과의 음주도 사회 체험 다음가는 자기 교육이다.

7. 술은 하루 한 집에서 그쳐라. 두 집, 세 집 가는 것은 우리식이 아니라 일본의 대륙낭인(大陸浪人)이 남긴 악습이란다. 옮길수록 마시는 방법이 거칠어진다.

8. 술과 담배를 함께 하지 마라. 알코올과 니코틴은 맛을 승승작용케 하여 좋은 것이지만 다음 날 머리가 때리는 것은 오히려 담배 때문이란다. 담배가 술보다 훨씬 해롭다.

9. 술은 이성(異性)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한국의 카사노바 이병주(李炳注) 소설가가 권위자인데 그 미학(美學)을 전수받지 못하고 그가 미리 작고하여 실기를 했다. 그러나 명작 소설이나 명작 영화를 통해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김정환 시인이 프로이트의 '서한집'에 대한 서평을 쓴 것을 보니 "정신은 술과 섹스가 그렇듯 의학과 문학의 접점 속에 존재한다"나.

10 난처한 이야기인데 한국은 술을 더 개발해야겠다. 너무 종류도 모자라고 질도 문제다. 요즘은 두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있는 술 갖고 칵테일을 잘하는 일도 연구해 볼만하다. 흔하고 싼 소주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다른 것을 섞는 방법도 좋다. "하느님은 물을 만들고, 프랑스인은 포도주를 만들었다"고 프랑스인들은 자만인데 우리도 무엇을 하나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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