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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불모지에 협상학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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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불모지에 협상학 심는다

기업인ㆍ관료ㆍ교수ㆍ변호사 모여 '연구 모임' 발족

지난 5일 저녁 7시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는 색다른 모임이 발족했다. 기업인, 변호사, 고위 관료, 대학교수들이 함께 ‘연구모임’(Study Group)을 만든 것이다.

2000년 6월 산업정책연구원 산하로 설립된 협상조정센터(Center On Negotiation & Mediation:CNM·대표 김철호)가 발족시킨 첫 번째 연구모임이다.

이경훈(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전 대우중공업 회장), 나완배(LG정유 부사장), 권대욱(콘스트라넷닷컴 대표, 전 극동건설 사장), 김호경(김&장 상무), 김승준(자영업)씨 등 기업인들, 그리고 조동성(서울대 경영대학장,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김철호(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CNM 대표), 안세영(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동기(서울대 경영대 교수), 최경규(KIET 연구위원), 한용섭(국방대학원 교수)씨 등 경영학 및 국제지역학 교수들이 참여했다.

게다가 남상덕(민주당 재경위 수석전문위원, 전 금감위 국장), 장태평(재경부 국장)씨등 고위 관료도 함께 했다.

이날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시영(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전 UN 대사), 안병훈(KAIST Techno 경영대학원 교수), 문휘창(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씨도 멤버다.

다들 내로라 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무엇을 연구할까. 이들의 연구주제를 알려면 협상조정센터가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협상조정센터(이하 CNM)는 말 그대로 우리사회의 협상과 조정 및 중재 수준을 선진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가정, 사회, 기업, 국가, 동북아지역,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모든 갈등과 분쟁을 상생(Win-Win)의 정신 아래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개인주의, 지역 이기주의, 각종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갈등과 분쟁, 분규를 극단적 대결이나 송사가 아닌 조정과 중재를 통해 해결, 국가, 사회, 기업, 개인 등의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한국은 '협상학' 불모지**

‘협상과 조정’, 혹은 ‘분쟁해결’(Conflict Resolution)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그 필요성에 비해 전문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아니 ‘불모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협상학’,‘분쟁해결학’이 대학의 별도 학과로 만들어져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두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CNM은 이런 척박한 한국현실에 선진 협상학을 뿌리내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간 협상조정의 학문과 기술을 도입하고 몇몇 대학에 강의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러다 이번에 첫 번째 전문가 연구모임을 발족시킨 것이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 분쟁해결의 조정전문가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CNM 대표이자 이번 연구모임 발족을 주도한 김철호 교수(서울대 국제지역원)는 인사말에서 “나는 미국에서 20여년 변호사 생활을 했는데, 매일 협상하는 게 일이었다. 소송은 협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협상과 조정·중재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이 연구모임은 우리사회에서 조정·중재를 제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CNM은 앞으로 조정·중재와 관련된 법률 제정, 전국적 조직인 ‘한국 조정 전문가협회’(가칭) 출범 등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족한 연구모임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발족 모임에서는 향후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그래서 앞으로 매달 1회 모임을 갖고 20 여편의 최신 협상, 조정 관련 논문들을 연구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최근의 주요 국내외 협상, 갈등해소 사례들을 분석,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현장전문가와 학계의 경험-이론 결합**

‘먼저 어떤 사례를 연구할 것인가’를 토론할 때에는 대우-GM 협상, 제일은행 매각 협상, 한미 국방협상, 꽁치분쟁 등등 최근 우리사회의 중요 쟁점사항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게다가 참석자들 가운데 직접 이 협상들을 주관한 사람, 현재 진행중인 사람까지 있었다.

각계 현장에서 실무협상을 벌여 온 전문가들과 협상학 전공 학계 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험과 이론의 결합을 모색하는 이 모임의 향후 논의수준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경훈(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전 대우중공업 회장) 교수는 “앞으로 이 모임에 꼭 들어와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들”이라며, 협상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할 곳이 정치권임을 지적했고, 참석자들도 다들 동의했다.

앞으로 이 연구모임이 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계속 충원시켜 갈 계획임을 비춘 것이다.

참석자들 모두 연륜과 경력을 불문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열의를 표명하며 첫 모임을 끝낸 CNM의 ‘연구모임’. 앞으로 이 모임이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의 쟁점에 대해 상생의 길을 찾고 합리적 절차를 통한 해결 모델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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