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선수촌을 단체로 이탈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은 코치진으로부터 상습적인 구타, 사생활 감시 때문에 이탈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2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파문이 확산되자 10일 오후 4시 회장단 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 "상습적으로 폭력 가해져"**
선수촌 이탈사건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월 7일 아침 훈련때 최은경 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스케이트를 탔는데도 코치는 시간이 뒤졌다며 스케이트 날 집으로 엉덩이를 때렸고 쓰러지는 선수 목덜미를 잡고 계속 때리기도 했다. 이런 폭력은 수도 없이 행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선수는 "훈련이 끝난 후에도 숙소에서 사적인 휴대폰 통화나 인터넷 채팅이 금지됐으며 남자선수들과 말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1970~80년대 구소련이나 동독이 선수들을 엄격하게 관리했던 시절에나 나올 법한 일인 셈이다.
***한국쇼트트랙의 미래 암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1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쇼트트랙이 세계재패를 해왔다. 이번 사건은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과 코치진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발생했다. 하루 종일 스케이트를 타며 연습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나 이를 지도하는 코치들도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코치들의 구타사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답변을 꺼렸다. 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현재 여자쇼트트랙 선수들의 진술서와 코치들의 구타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이어 "오늘 오후 회장단 회의를 통해 아직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모른다. 지난 3일 선수촌을 무단 이탈한 선수들이 4일 오후에 다시 합류해 연습을 했다. 향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에 대한 코치들의 구타사건은 국내체육계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악습이 터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과 각종 세계대회에서 최고기량을 발휘했던 한국 쇼트트랙의 이면에는 초창기부터 어린선수들이 견뎌내기 힘들정도의 강한 스파르타식 훈련이 뒷받침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강화해 훈련방식을 선진화하는 노력대신 성적에 대한 부담속에서 구타와 비인간적 대우를 통해 선수들을 통제하는 악습을 되풀이한다면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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