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야구계에서 등번호 18번은 ‘국보투수’ 선동렬을 비롯해 각 팀 에이스들이 사용하던 번호였다. 하지만 ‘18번’의 빛나는 전통은 2004시즌이 끝난 뒤 무너지고 있다. 1995년 입단할 때부터 18번을 고집했던 위재영 투수는 2군강등으로 소속구단 현대와 마찰을 빚어오다 현대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는 갑작스런 은퇴선언을 했다.
18번의 전통을 만든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도 지난 1986년이래 18번을 달았던 에이스 투수 구와타 마쓰미에게 사실상 은퇴권고를 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 '은퇴선언', 위재영은 '현대와 마찰'**
배명고 시절 강속구 투수로도 맹활약해 18번을 달았던 김동주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끝난 지난 10월 19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남긴채 잠적했다.
팀 중심타자로서 정규시즌에 큰 활약을 하지 못한 김동주는 오른쪽 손바닥 부상 등을 겪었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제몫을 못했다. 더욱이 이혼문제와 관련해 큰 심적 고통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시절 “당장 일본프로야구에 가도 통할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고 잠실구장에서 유일한 장외홈런을 기록할 정도의 장타력을 갖춘 김동주는 두산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필요한 선수다. 때문에 두산 구단은 시간을 두고 김동주를 설득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김동주가 은퇴번복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는 상황이다.
1995년 프로입단때부터 18번을 달아온 현대 위재영도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더 이상 현대 유니폼을 입고 싶지 않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줬다.
지난 7월 2군으로 강등된 후 위재영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해주거나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프로입단당시 위재영은 투수왕국 태평양에 입단해 13승을 거두는 맹활약을 했고 1998년에도 13승을 기록하며 현대의 첫 우승에 기여했다. 위재영은 2000년엔 마무리로 변신해 42세이브포인트로 구원부문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부진한 성적을 냈던 위재영은 전성기의 위력을 찾지 못한 채 ‘잊혀진 투수’가 됐다.
미래의 LG 트윈스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2001년 입단했던 ‘18번 투수’ 이동현도 올 시즌 진필중의 부진으로 뒷문단속에 어려움을 겪어 6월초부터 마무리투수로 전환해 12세이브, 방어율 2.87을 기록했지만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 LG의 순위경쟁에 악재로 작용했다.
***日 요미우리 구와타도 은퇴권고**
‘18번 선수’ 수난시대는 일본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에이스 투수에게 18번을 준다는 전통을 만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8번 투수’ 구와타에 대해 호리우치 감독은 5일 닛칸스포츠를 통해 “경쟁사회니까 힘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간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28승만 더하면 2백승을 기록하는 구와타는 지난 달 미국에서 오른쪽 팔꿈치 정밀진단을 받은 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던지고 싶다”고 말해 요미우리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1950년대 후지타에 이어 18번을 대물림했고 통산 2백3승을 기록한 명투수출신의 호리우치 감독도 현역때 마지막 5년동안 단 9승만을 기록하며 쓸쓸한 은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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