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엿새째로 접어든 2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이해찬 총리에게 유감표명을 설득하는 한편, 한나라당에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의사일정 거부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며 물러섬이 없다.
***우리당, 이 총리 유감표명 추진**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4대법안 및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차질을 빚게 되는 열린우리당이 국회 정상화에 적극적이다. 이날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톤 다운' 된 목소리가 확연했다.
'이해찬 발언' 직후 이총리 발언을 비판했다가 곧바로 강성으로 태도를 바꿨던 이부영 의장은 이날 또다시 입장을 바꿔 정책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어제 이후 한나라당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절제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 대단히 다행"이라면서 "이왕 절제하기로 결단을 내렸으면 국회로 복귀해서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살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한나라당 달래기에 나섰다.
이 의장은 "천 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더욱 지혜를 모아 비타협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야당에게도 인내심을 가지고 원내대책에 임해달라"고 자극적인 대야 발언 삼가를 당부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색깔공세, 이념공세를 다행스럽게도 한나라당이 어제 자제하는 느낌을 갖게됐다"고 긍정 평가하며 한나라당에 화해제스처를 보냈다. 그는 "야당이 부질없는 색깔공세와 근거없는 이념공세를 중단하고 국회에 즉시 들어와 민생과 개혁의 길로 동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과 대화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타협에 무게를 뒀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함께 국회파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명을 적극 설득, 한나라당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쪽에 국회를 정상화하면 이해찬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파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한나라당과의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색깔공세 중단을 선언하고, 이 총리가 유감표명을 표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카드대란을 비롯한 이른바 '6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책사업 및 정부기관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등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 "총리-여당과 문제 풀 상황은 지났다"**
열린우리당이 유화적 태도로 선회함에 따라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온 양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이 총리의 '명쾌한 선(先)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방침에서 물러섬이 없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회 파행 사태를 '4대 법안' 철회와 연계시키며 일단 거부방침을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정권이 4개의 국론분열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이를 추진한다면 해방 직후의 혼란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종걸 부대표가 어제 전화해서 이해찬 총리가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으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고 확인했다. 남 부대표는 그러나 "지금 총리가 1백배 양보해서 한나라당과 국민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국민앞에 싹싹 빈다면 그때는 한번 대화해 볼 수 있지만, 입장표명식의 애매한 얘기로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남 수석부대표는 또 "이 총리가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에 대해 강경발언을 하고 다른 한편에선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중플레이로 치사한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총리나 여당과 함께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고 이 총리에 대한 '파면 요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국회 파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금명간 '확전'이냐 '수습'이냐의 선택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파행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한 비공개 확대원내대책회의를 갖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야3당, "국회정상화 시급, 상호 사과하라"**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양당의 국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써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국회가 파행으로 자기 구실 못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비교섭단체인 작은 정당 대표들이 모여 정상화를 촉구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인 듯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도 "하루빨리 정상화되야 한다는 것은 저희 야당의 똑같은 생각"이라면서 "정국이 하루속히 정상화되도록 중재적 역할을 해보자고 오늘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민련 김낙성 의원은 "국민의 기대와 국회 사이의 거리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빨리 정상화해서 서로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국회가 앞장서서 국민의 기대를 풀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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