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1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삼성을 8대7의 '케네디 스코어'로 힘겹게 따돌리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사상 최악의 폭우전으로 펼쳐진 경기에서 현대는 2회 8점을 얻어 승기를 잡았고 삼성의 막판 추격전을 잘 막아내 팀 사상 4번째 우승을 결정지었다. 삼성은 끝까지 맹추격했지만 초반 대량실점을 만회하지 못한 채 9번의 한국시리즈 도전끝에 8번 패배했던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1회말 김한수의 홈런성 우월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삼성은 2회초 하염없이 무너졌다. 삼성 선발 김진웅은 선두타자 이숭용에게 볼넷을 내준 뒤 비 때문에 무너진 마운드의 재정비를 요청했고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현대는 6개의 안타와 삼성의 실책 2개에 편승해 8점을 뽑았다.
첫 번째 승부처가 된 2회초 삼성으로서는 2루도루를 저지하려다 악송구를 범한 진갑용과 1루땅볼을 처리하지 못한 양준혁의 실책이 어우러져 경기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뺏긴 셈이다.
현대 선발 오재영에게 3안타로 끌려가던 삼성은 4회말 김종훈의 2타점 적시타 등을 묶어 3점을 따라갔고 6회에도 조동찬의 우중간 3루타와 박한이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얻었다.
8대6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현대는 8회말 철벽마무리 조용준을 투입했다. 삼성 선두타자 신동주는 3루수 실책으로 진루했고 대타 박종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가 10여분 중단된 후 속개된 상황에서 박종호는 볼넷을 얻었다.
삼성은 허벅지 부상으로 주루플레이가 힘든 박종호 대신 강명구를 대주자로 내보냈다. 조동찬은 짧은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삼성은 무사 주자 만루의 기회를 잡는 가 했지만 1루주자 강명구가 선행주자를 보지 않고 3루까지 가는 본헤드 플레이로 1사 1,3루 상황을 맞이했다. 역전까지도 가능했던 좋은 기회에서 삼성은 박한이의 내야땅볼로 1점을 얻는데 그쳤다.
삼성은 9회말 2사 1,2루의 실낱 같은 기회를 잡았지만 신동주의 타구가 내야 높이 떠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 유격수 박진만은 내야플라이를 잡지 못했고 삼성은 1점차로 따라붙었다. 대타로 나선 강동우는 빗줄기가 거센 가운데 현대 마무리 조용준과 승부를 펼쳤지만 1루땅볼로 물러났다.
감독데뷔 4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 쥔 현대 김재박 감독은 "역시 삼성은 강팀이다. 매번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며 수훈선수로 한국시리즈 9경기에 중간계투로 매번 출장한 신철인 투수를 꼽았다.
반면 한국시리즈에서 지난 2001년에 이어 2번째 패배를 당한 삼성 김응용 감독은 "8회 무사 1,2루에서 강명구의 주루플레이가 아쉽다. 하지만 타선이 이 정도 했으면 잘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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