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암스, ‘최후의 타격 3관왕’ 칼 야스츠렘스키,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도 깨지 못했던 ‘밤비노의 저주’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보스턴은 27일(현지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를 3대0으로 격파하고 시리즈전적 4승으로 86년만에 왕좌에 올랐다.
***보스턴 86년만의 감격적 우승**
미국 언론은 “보스턴은 1989년 오클랜드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한 팀이다”라고 평가했다. 우연의 일치지만 당시 오클랜드 감독은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토니 라루사였다.
라이벌 뉴욕 양키스를 3패후 4연승으로 제압한 뒤 자신감을 얻은 보스턴에게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승 감독(2114승)이자 1980년대 불펜시스템을 구축한 세인트루이스 토니 라루사 감독도 희생양이 됐다.
보스턴은 1회초 선두타자 조니 데이먼이 선제 솔로홈런을 쏘아올리며 분위기를 잡아갔다. 기세가 오른 보스턴은 3회초 이날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트로트 닉슨이 2타점 2루타를 뽑아내 3대0으로 앞서나갔고 끝까지 상대팀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구석구석을 찌르는 데릭 로우의 변화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파워볼 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강타선을 자랑했던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경기에서도 단 4안타에 그치며 홈팬들을 실망시켰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 라루사의 어떤 작전과 용병술도 타선의 침묵을 깰 수는 없었다.
올 시즌을 포함해 월드시리즈에서 4번올랐던 토니 라루사 감독은 두 번째로 4패를 하며 쓸쓸히 가을잔치에서 퇴장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보스턴이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건 1918년. 당시 보스턴은 메이저리그 잠수함 투수의 대부격인 칼 메이스와 ‘밤비노의 저주’의 주인공인 좌완투수 베이브 루스가 각각 2승씩 챙기며 팀을 우승으로 견인했다.
***메이저리그 최연소 단장 테오 엡스타인의 승리**
보스턴의 우승 이면에는 발목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불사른 커트 실링과 팀에게 희망을 안긴 오르티스의 끝내기 홈런 등도 있었지만 예일 대학출신의 메이저리그 최연소 단장인 테오 엡스타인(30세)의 역할이 컸다. 메이저리그는 감독보다 단장이 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지칠줄 모르는 엡스타인의 정열은 보스턴에게 큰 힘이었다.
한마디로 보스턴의 우승은 “적은 돈이지만 효과적인 선수구성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이른 바 ‘머니 볼 효과’의 창시자인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구단운영 방식에다 보스턴의 재력까지 더한 엡스타인의 성공신화인 셈이다.
엡스타인 단장인 양키스를 이기 위한 방법은 오직 팀 성적을 좌지우지 할 만한 스타를 쫓는 게 아니라 영리한 구단운영에 있다는 점을 피력한 바 있다. 비록 당대 최고의 타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 영입에 실패해 양키스에게 내준 격이 됐지만 엡스타인 단장은 결국 양키스의 벽을 허물며 보스턴 팬들을 열광시켰다.
ESPN 칼럼니스트 피터 개몬스는 26일 “스타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트레이드는 엡스타인 단장 초기 구단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그는 구단운영자금의 유연성과 팀의 짜임새를 높게 평가해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결국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4각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은 가르시아파라를 시카고 컵스로 보냈고 대신 올란도 카브레라, 덕 멘키에비치, 데이브 로버츠를 받아들였다. 가르시아파라 이적후 구멍이 될 것으로 보여졌던 보스턴의 유격수 자리는 올란도 카브레라가 완벽하게 지켰으며 포스트시즌서도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엡스타인 단장은 월드시리즈 제패후 “내가 성장한 보스턴을 내가 우승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보스턴 구단주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고 내 생각에 그것은 매우 중요했다”며 구단주, 단장과 그리고 팀간의 신뢰감을 높게 평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