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2차례나 무승부 경기가 나오자 프로야구는 '무승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적어도 프로야구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국시리즈에서 만큼은 메이저리그처럼 시간제한이나 이닝제한 없이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게 야구팬들의 희망이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5시간 50분의 접전끝에 양키스를 누르고 승리를 따낸 '보스턴 마라톤'같은 짜릿한 야구 경기를 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무승부 양산시킨 프로야구 시간제한 규정**
한국야구위원회는 올해 들어 연장전은 12회로 하지만 모든 경기는 경기시작 4시간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도록 대회요강을 수정했다. 2003년엔 시간제한 무승부 제도를 폐지하고 연장을 12회로 제한했지만 도리어 경기시간이 늘어나는 역효과를 냈다는 이유로 규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로운 규정은 사상 유래가 없는 무승부 경기 양산을 부추겼고 한국시리즈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엔 시간제한에 걸려 무승부가 됐고 4차전은 12회 이닝제한으로 무승부로 처리됐다.
야구팬들은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 번 보스턴과 양키스 게임처럼 끝까지 경기를 해야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눈올 때 까지 하는 것 아니냐. 차라리 콜드게임제를 만들어라"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이와 함께 야구팬들은 "6개월동안 응원한 지방팀이 한국시리즈에 가도 기껏 직접가서 볼 수 있는 홈경기는 2경기뿐이다. 잠실구장경기가 중립경기라면 7차전만 하는 게 옳지 않나"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입장수입면에서 손해를 볼 수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프로야구처럼 홈팬을 위한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6일 "8차전(30일) 종료 후에도 우승팀이 확정되지 않으면 하루(31일)를 쉬고 11월 1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9차전을 거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가면 잠실에서 5경기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일본시리즈 규정은 15회까지, 시간제한은 없어**
1950년부터 일본시리즈를 시작한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무승부는 늘 골칫거리였다. 지금까지 일본시리즈에서 발생한 무승부 경기는 6번이다. 한큐 브레이브스와 히로시마 카프가 맞붙었던 1975년 일본시리즈에서는 2번이나 무승부의 홍역을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도 일본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승부중 하나로 손꼽히는 1986년 세이부 라이온즈와 히로시마 카프의 대결은 1차전이 무승부로 끝나 8차전까지 해야하는 혈투를 벌였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일본시리즈의 연장전 제도를 15회까지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8차전이후의 경기는 연장전 이닝제한이 없다. 만약 8차전을 치러야 하는 경우는 7차전을 했던 홈구장에서 휴식일 없이 다음날 경기를 하고 9차전까지 필요한 경우는 1일 이동일을 둬 8차전 원정팀 홈구장에서 속개한다.
국내프로야구가 미국프로야구와 같이 아예 무승부가 없게 규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더라도 한국시리즈 만큼은 적어도 일본시리즈처럼 이닝제한을 완화하고 시간제한 규정은 없애는 방향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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