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35)이 '이문동 사건'의 경찰 조작설을 재차 주장하는 한편, 피해자 유가족의 욕설에 흥분해 법정 의자를 부수는 등 한때 난동을 부렸다.
***유영철, "이문동 사건 내가 안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해보자"**
유영철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찬현 재판장)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들과 '이문동 사건' 자백에 대한 설전을 벌였으며, 재판 말미에는 "이문동 사건은 사건 관련 서류를 보고 거짓 자백한 것"이라며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상황에서 모든 살인을 저질렀으며, (이문동 사건과 같이) 도심 한복판에서 어설프게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영철은 이어 "어느 사형수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마당에 자식을 대학까지 보장해준다는 말에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 내가 저지른 사건은 사실 그대로 자백을 했지만 지금 진범은 어디에선가 웃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 밝히고 싶다"고 이문동 사건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이문동 사건'은 지난 2월 서울 이문동 골목길에서 전모(25.여)씨가 흉기에 의해 피살된 사건으로,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경찰서에서 유영철을 향해 달려들다 호송 경찰관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지난 7월 검거 후 수사 초기에는 이문동 사건의 범행 여부를 부인하다가 수사 말미에 진술을 번복, "이문동에 경찰관을 사칭해 찻집에 돈을 뜯으러 갔다가 실패하고 윤락여성으로 보이는 여자를 강탈하려다 욕을 하는 바람에 흥분해 죽였다"고 자신의 소행임을 자백한 바 있다. 유영철은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가 '사회복지단체를 통해 자식의 대학교육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해 허위 자백했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 "유영철이 진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진술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관들은 법정에서 "유영철에게 '자식의 대학교육'을 약속한 바도 없다"고 유영철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당시 유영철에게 흑백 현장 사진을 보여줬을 뿐이며 유영철의 진술은 (사진에 없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주변상황 묘사가 실제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며 "유영철이 진범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유영철은 그러나 "경찰이 당시 현장 사진과 함께 사건 개요를 보여줘 그걸 본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진술할 수 있었다"며 "나는 부유층 살인을 저지를 때도 집안의 1억원이 넘는 현금도 두고 나왔다. (경찰 주장처럼)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영철은 또한 경찰 감식반 증인으로부터 이문동 사건 피해자의 자상이 기록된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며 "부검 의견에 의하면 칼의 길이가 15cm이고, 사진에 보이는 상처의 폭이 2.3~3.5cm인데, 나는 실신 시키기 위해 목이나 얼굴을 찌르지 가슴을 찌르지 않고, 내가 찌른 상처의 깊이는 2cm에 불과하며 내가 쓰던 잭 나이프는 톱니가 있기 때문에 15cm까지 들어가지도 않고 상처가 이렇게 나지도 않는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피해자 유가족 "교수형 처할 때 참여했으면 좋겠다"**
한편 이날 경찰 증인 심리 이전에는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으나 유영철과 유가족들이 흥분해 심리가 중단되기도 했다.
유영철은 재판에 앞서 "재판을 안받겠다고 했는데 유족들을 마주대하게 하는 것이 더 잔인한 것 아니냐"며 "이들에게 잘못했다고 혈서를 쓰고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유족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법정에 나와 더 가슴아프게 하느냐"고 말하는 등 이날의 불행한 사태를 예고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해자 유가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처벌을 원합니까?"라고 짤막하게 물었다. 이에 일부 유가족은 "유영철이 저지른 범행 만큼 최대한 가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말했고, 일부 유가족은 "교수형 처할 때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가족에게 "따님은 알고 있던 그런 직업을 가진 여성이 아니었다. 정말 힘들게 살았다. 편안하게 보내줬다. 죽기 전에 가족에게 전화도 하게 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눈물을 그치지 못했으며, 방청객에 있던 한 유가족은 "저 XX, 믹서기로 갈아야 돼"라고 유영철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유영철 "정신감정 안 받겠다"**
이에 재판장이 방청객에게 '퇴정 경고'를 하고 찜질방 절도 피해자에 대한 증인심리를 계속하려 했으나 방청객의 유가족이 다시 소리를 질렀고, 재판장은 유가족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이 순간 유영철이 갑자기 흥분, 괴성을 질르며 앉고 있던 의자를 부쉈으나 유씨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교도관 10여명이 유씨를 덮쳐 법정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유영철이 "경찰 증인 심리를 꼭 듣고 싶다"고 전해와, 변호인으로부터 '난동을 부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법정에 출석해 경찰 증인들과 '이문동 사건'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유영철은 재판 마지막에 변호인의 정신감정 신청에도 불구하고, "정신감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감정을 거부하는 한편, 자신이 경찰관을 사칭해 갈취했다는 혐의에 대한 피해 여성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2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