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19일자 정치가십인 '정치토크'에 실은 노무현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부인하고 나섰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맞았던 청와대와 조선일보간 전선이 재가동되는 느낌이다.
***조선 "盧 동포간담회서 중언부언. 러시아 先導 비용 2천달러 요구"**
조선일보는 지난달 있었던 노 대통령 러시아 방문과 관련, "러시아 정부는 한국 방문단의 취재차량 등에 대한 경찰 오토바이의 선도(先導) 비용으로 하루 2천달러씩 요구했다"며 "외국 정상 행렬에 이런 비용을 별도로 요구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러시아측은 양국 대통령 공동기자회견에 참석차 들어가는 기자들을 신원 조회한다며 크렘린궁 앞에서 1시간 가량 기다리게 하기도 했다"며 "겨우 절차가 끝나고 크렘린궁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기자단이 황당해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노 대통령은 비행기 타는 것을 유독 피곤해 한다고 측근 인사들이 전했다"며 "기내식도 잘 들지 못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여독에다 빡빡한 일정에 따른 피로까지 겹치면 노 대통령은 '현장형 연설가'로서의 페이스를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모스크바 동포간담회와 양국 기업인 초청 오찬 자리에서는 페이스가 크게 흔들리면서 중언부언으로 시간을 오래 끌자 수행원들이 당황하고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靑 "팩트에 기반해 공격해야하지 않나. 참담하고 서글퍼"**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부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은 비행기 타는 거 피곤해하지 않고 기내식 잘 드시고 동포간담회에서 중언부언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서 2천달러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닌데 근거해 기사를 쓴 게 어떤 의도인지 이해는 되지만 기본적으로 팩트에 기반해 공격하는 논리를 만들어야되지 않나"며 "참담하고 서글픈 심정"이라고 조선일보 보도를 성토했다.
가십성 기사에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문제의 기사가 노대통령의 '외교력 부재'를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1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칠레. 브라질.아르헨티나 방문, 12월 라오스 및 영국.프랑스.포르투갈 방문, 일본 방문 등 세 차례의 해외 순방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비행기 타는 것을 피곤해 하고 해외 순방시 연설에서 중언부언한다"는 내용의 기사는 해외 순방 성과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9월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문, 10월 ASEM 정상회의 참석 및 인도.베트남 방문 이후 청와대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에 연일 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에 대한 기사를 싣는 등 두 차례의 해외 순방 성과를 강조해왔다.
***조선일보, 盧 방문 관련 고려인들 불만 보도하기도**
청와대의 이같은 예민한 반응은 노대통령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에도 '고려인들, 盧대통령 방문 결과에 불만'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 기사는 "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동안 보인 고려인에 대한 인식 부족, 고려인과 관련된 상식 밖의 발언 내용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고려인 사회가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는 말만 간담회였지 몇명 초대받지도 못했고, 고려인협회장은 대통령에 말 한마디 못했다. 마이크조차 잡지 못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만 30분 동안 듣고 나왔다", "동포들에게 따뜻한 위로 한마디 없었고, 참석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악수조차 하지 않더라"는 등 고려인들의 불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있었던 동포간담회에서 "돈을 모아서 한국에 보내줄 필요는 없고 여러분들이 이곳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주고 러시아 사회에서 존경받는 민족으로 훌륭하게 잘 살아주시면 한국을 가장 잘 돕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한 고려인 원로는 "고려인들이 한국에 돈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한 대통령의 말을 듣고 처음엔 귀를 의심했으며, 통역이 잘못됐는지 재차 확인까지 했다. 대통령이 고려인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더라"며 서운함을 표했다고 전했다.
또 노 대통령이 지난 22일 모스크바대학 특강에서 강연 막바지에 "20대로 돌아간다면 모스크바 대학생이 되고 싶고, 여기 있는 러시아 여학생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한 고려인 지식인은 "듣고 기가 찼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밝혔다. 이 지식인은 "권양숙 여사가 지켜보고 있는 면전에서였다. 이런 농담은 러시아 정서상 하지 않는 게 백번 나았다는 중론이다"고 지적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고려인 지도자들은 이번 노 대통령의 방러는 15만명의 고려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며, 한인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맞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센터 건립 지원 등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아 대단히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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