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두산, 기아, 주니치, 세이부의 4팀은 초보감독들이 이끌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4명의 1년차 감독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 지 주목된다.
***'믿음의 야구' 김경문 감독과 '만년2인자'꼬리표 뗀 유남호 감독대행**
올 시즌 팀의 주축선수인 정수근을 떠나보낸 두산에 대해 야구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최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인화단결'을 모토로 내세우는 두산은 전반기에 선두행진을 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두산의 돌풍에는 레스와 박명환의 '원투펀치'의 역할이 컸지만 그 밑바탕에는 김경문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베어스의 포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과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감독 데뷔 첫해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고마움의 표시로 살며시 선수들의 손을 잡아주고 각각 부상과 병역비리로 전력에서 이탈한 윤재국, 강봉규, 이재영 선수의 등번호를 자신의 모자에 새기는 등 김경문 감독의 '선수사랑'은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3할2푼6리, 86타점을 기록하며 올 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성흔은 김경문 감독의 배려로 수비부담이 큰 포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으며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김경문 감독의 최대고민은 셋업맨 이재영이 없는 불펜이다. 또한 마무리투수 구자운이 32세이브를 올렸지만 방어율이 3.59로 마무리투수로서는 높은 편인 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김성한 감독의 도중하차로 기아 사령탑에 부임한 유남호 감독대행은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붙어있던 '만년 2인자'라는 칭호를 떼고 기아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17년동안 김응용 감독을 보좌했지만 불화끝에 지난 해 삼성을 떠난 유남호 감독대행은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다운 노련미를 앞세워 기아를 지휘했다.
4위자리를 놓고 SK, LG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기아는 9월 한달동안 15승 1무 5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고 유남호 감독대행은 내년 시즌 정식감독 취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유남호 감독대행의 고민도 김경문 감독과 같이 불펜에 있다. 올 시즌 무려 1백20과 2/3이닝을 던지며 기아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았던 유동훈이 병역비리에 연루돼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불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며 포스트시즌에서 좌초한 기아는 이강철, 조규제가 시즌 막판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는 있지만 신용운의 부활투가 가동되지 않을 경우엔 단기전 승부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오치아이 "50년만에 일본시리즈 제패하겠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지난 1일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선수시절부터 "나는 10번의 연습배팅만으로 충분하다. 돈을 벌기위해 야구를 한다"는 말을 남기며 일본프로야구의 전통을 깼던 오치아이 감독은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감독 부임 첫해 큰 일을 해냈다.
오치아이 감독은 투수교체할 때는 항상 스스로 마운드에 올라가고 승부처마다 직접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했고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무려 9시간동안 선수들을 주시하며 시즌 구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우승이 확정될 때 2군선수와 스태프들까지 전부참가하는 이례적인 일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주니치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오랫동안 주니치의 지휘봉을 잡았던 호시노 전 감독은 "오치아이 감독은 선수의 특징을 간파한 기용을 했고 선수들도 잘 따랐다"고 평가했다. 호시노 전 감독은 1988년 주니치 부임 이듬해에 팀을 일본시리즈까지 올려놓았을 당시 오치아이는 주니치의 주력타자로 활약한 바 있다.
"50년만에 주니치의 일본시리즈 제패를 이끌겠다"고 밝힌 오치아이 감독은 비록 주축타자 후쿠도메의 부상이 뼈아프지만 올 시즌 16승을 기록하며 부활한 에이스 가와카미 겐신과 마무리투수 이와세가 중심이 된 투수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각오다.
니혼햄과의 퍼시픽리그 플레이오프 1스테이지에서 제압한 세이부의 이토 쓰도무 감독도 올 시즌 데뷔한 '초보감독'이다. 1980~90년대 세이부 전성기에 포수로 활약한 이토 감독은 오래전부터 세이부의 차기감독으로 낙점받을 정도로 구단에게 신뢰를 받았다.
이토 감독이 이끄는 세이부는 6일 펼쳐진 다이에와의 퍼시픽리그 플레이오프 제2스테이지 1차전에서 3대9로 패했다. 세이부는 조지마, 마쓰나가, 줄레타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다이에에게 힘에서 눌렸다. 세이부는 7일 2차전에서 '헤이세이의 괴물' 마쓰자카를 출격시켜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이에 킬러' 마쓰자카는 올 해 정규시즌 다이에와의 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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