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야구’를 구사하며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게됐다. 지난 2001년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김응용 감독(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낸 김인식 감독의 복귀로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출범이래 계속돼온 김씨 성(姓)을 가진 감독들의 전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팀 방어율 최하위 한화, 김인식 체제에서 탈바꿈 가능한가**
올 시즌 투수진의 붕괴로 7위에 머무른 한화는 4일 2년 계약이 종료된 유승안 감독대신 김인식 감독과 계약금 1억8천만원, 연봉 2억원에 2년간 계약했다고 밝혔다.
두산의 선동렬 영입설이 불거진 2003년을 끝으로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났던 김인식 감독은 1년간 대한야구협회 육성이사를 맡아 유소년야구 발전에 힘써왔다.
오는 6일 입단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진 김인식 감독은 8개구단중 팀 방어율 최하위(방어율 5.22)인 한화 마운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내년 시즌 성적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한화 투수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송진우(방어율 3.61)를 제외하곤 규정이닝을 넘게 던진 모든 선발투수들이 5점대이상의 방어율을 기록했으며 초반에 돌풍을 일으키던 신인투수 송창식과 김창훈은 부진의 늪에 빠졌고 기대를 갖고 영입한 문동환도 4승 14패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투수출신으로 투수를 보는 눈, 역할분담과 투수 교체타이밍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김인식 감독이 한화의 가능성있는 신인급 투수들을 어떻게 탈바꿈 시킬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선수에 대한 따뜻한 배려, 투수진 운용이 김인식 감독의 최대장점**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감독이 됐던 김인식 감독은 1995년 OB 베어스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철저한 투수들의 역할분담을 강조하며 한국적인 투수분업체제를 확립한 김인식 감독은 다른 팀에서 용도폐기된 선수들을 데려와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2000년의 조계현. 김인식 감독은 삼성에서 방출된 조계현을 두산에 데려왔고 조계현은 해태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인식 감독에게 시즌 7승으로 화답했다. 조계현은 같은 해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해 1승, 방어율 0.69를 기록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조계현은 현대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따뜻한 배려로 2001년까지 현역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었다.
2001년 김인식 감독은 한국시리즈서 패배를 모르던 ‘승부사’ 김응용 감독에게 첫 패배의 아픔을 맛보게 했다. 김인식 감독은 한번 선수의 가능성을 인정하면 끝까지 선수를 믿고 기회를 주는 배려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감독으로 알려져있다. 선수투자에 인색했던 두산을 1995년에 이어 2001년에도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각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보여준 김응용, 김영덕, 김성근 감독의 ‘3金 시대’가 펼쳐졌고 이후 1990년대 후반 들어선 김응용, 김성근, 김재박, 김인식 감독들이 ‘金의 전쟁’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삼성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달성한 1985년을 제외하고 21차례 펼쳐졌던 한국시리즈에서 김씨 성(姓)을 가진 감독들은 무려 16번이나 대권을 잡았다. 올 해 포스트시즌서도 김씨 성을 가진 3명의 감독들이 대권에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타력에 비해 유난히 마운드가 부실한 한화에 둥지를 틀게 된 김인식 감독이 ‘믿음의 야구’와 특유의 투수진 운영으로 내년 시즌 새 바람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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