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하들에게 권한을 주어본 적이 있습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하들에게 권한을 주어본 적이 있습니까?"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8> 권한이양

K 사장님!

오늘은 우리 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권한이양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권한이양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그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도 부하들 자질이 부족해서 권한을 줘도 못 쓴다고 불평을 합니다. 그러나 중간간부들을 만나보면 사장님이 언제 아랫사람들을 믿고 권한을 맡겨 본 적이 있으며 충분한 권한을 줘본 적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 공방은 제가 듣기 시작한 것만 해도 상당한 세월이 흐른 묵은 주제입니다만 지금도 의견접근이 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발전과 함께 우리 기업의 조직규모가 커지면서 그 문제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말하자면 경영자는 부하들이 못 미더워서 권한을 놓지 못하고 부하들은 그런 경영자를 불신하며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인 것이죠. 원활한 권한이양 없이 우리 기업의 재도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커져가는 조직은 권한의 위임 없이는 효율성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권한이양은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인재양성의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의 성공 이면엔 확실한 권한이양과 책임경영으로 상징되는 삼성 방식이 있다는 것은 중지의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 향후 급선무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해집니다. 권한이양 없이 어떻게 날로 커지는 조직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권한이양을 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분망합니다. 모든 권한을 다 움켜쥐고 있으니 바쁠 수밖에 없겠죠. 결재할 일은 또 좀 많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분주한 경영자는 정작 경영자로서 필히 챙겨야 할 업무는 간과하기 쉽습니다. 최고경영자로서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는 등의 중요한 일 말입니다. 일상적인 업무에 묶여서 바쁜 경영자는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권한이양의 문제는 경영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인 모양입니다. 저명한 조직경영 컨설턴트 수전 헤스필드(Susan Heathfield)가 제시하는 권한이양이 실패하는 이유 열 가지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지적입니다. 그녀에 의하면 많은 기업이 권한이양에 실패하는 것은,

첫째, 경영자가 권한이양의 필요성을 말로만 강조하고 실제로는 믿지도 않고 실행하지도 않기 때문 입니다. 둘째, 경영자가 권한이양의 진정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권한이양의 범위를 정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가 어떤 업무를 언제, 어떻게 행사할지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 권한이양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넷째, 겉으로는 권한이양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경영자가 세세한 일까지 간섭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권한이양을 해놓고 최고경영자가 뒤에서 딴소리하고 비판을 일삼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권한이양을 해놓고 실제로 그 권한을 행사할 기회를 안 주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이양하는 권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권한에 대한 학습기회 또는 권한행사에 관계되는 교육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덟째는 권한이양을 했다고 최고경영자가 수수방관하고 자신의 직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홉 번째, 실패 이유는 권한이양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주지 않거나 필요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 입니다. 즉 권한이양에 필요한 시간과 수단 그리고 교육과 자료 및 타부서의 협력 등이 따라 주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이죠. 끝으로 권한이양에 수반되어야 할 응분의 보상과, 권한을 이양 받는 사람의 적절한 직위, 성공적인 권한행사에 대한 격려 등이 따라주지 않을 때에도 실패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권한이양이 성공하려면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적임자를 선발해야 하고 이양할 권한의 크기와 범위를 정확하게 결정한 뒤 권한을 위임받을 사람에게 그 역할과 책임을 명료하게 이해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권한 이양에 필요한 모든 물적, 정신적 지원과 권한을 파악하고 행사하는 데 필요한 교육도 따라주어야 할 것입니다. 훌륭하게 수행된 업무에는 적절한 보상도 있어야겠지요. 최고경영자는 권한을 이양 받은 부하직원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후원해야 할 것입니다. 권한을 이양 받는 사람도 주어진 책임의 범위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철저한 권한 행사를 통하여 책임을 완수한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권한이양의 성공 여부는 권한을 이양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 존재하는 상호신뢰의 크기가 결정짓게 됩니다. 일본에서 경영의 성자로 추앙받는 전 경단련 회장 도꼬 도시오(土光 敏夫)는 50년 이상을 임원으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사장은 사업부장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사업부장 역시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면, 사장이나 사업부장에게는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그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 책임은 모두 남는 것이다. 권한은 전부 부여했어도 책임은 100퍼센트 남는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주장이다. 아랫사람은 위임받은 권한을 완전히 행사해야 한다. 윗사람의 권한 위임에 대해 아랫사람은 책임완수로 보답해야 하는 것이다. 주어진 권한을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바로 책임이다."

권한이양의 성공을 위해서 갖춰야 할 위임자와 수임자의 자세를 잘 지적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한이양은 조직의 분위기를 활성화하고 구성원들의 업무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권한이양의 성공 여부는 결국 최고경영자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죠.

권한이양을 통한 성공의 교훈은 역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재임 말년에 왕권의 많은 부분을 의정부에 이양하고 여생을 한글 창제에 몰두했다고 전해집니다. 국가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선택과 집중을 권한이양을 통해 이루어 낸 사례로 지금도 칭송받고 있고 그 결과 세종대왕은 위대한 성군으로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권한이양은 성장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있어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나아가서 우리 기업들을 재도약 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