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공식대회로 출범한 한솔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는 올해 윔블던 우승자 마리아 샤라포바(세계랭킹 8위)를 위한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팬들의 눈과 귀가 외모와 함께 실력까지 겸비한 러시아 선수에게 쏠려있다. 특히 샤라포바의 경기를 보면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 그녀의 전매특허인 '괴성'이다.
***샤라포바 사에키 꺾고 8강진출**
30일 서울 올림픽공원테니스코트에서 펼쳐진 사에키 미호와의 단식 16강전에서도 샤라포바의 괴성은 빛을 발했다. 조용히 경기를 치르던 샤라포바는 1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실책을 연발하자 특유의 괴성을 지르며 강력한 스트로크를 구사했다. 하지만 샤라포바는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놓쳤고 네 번째 게임도 사에키에게 뺏겨 1대3으로 뒤졌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고전한 샤라포바는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다섯번째 게임에서 더블폴트까지 범하며 듀스까지 몰렸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집중력을 발휘한 샤라포바는 마지막 순간 날카로운 백핸드 스트로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기세가 오른 샤라포바는 사에키의 서비스게임인 여섯번 째 게임을 잡아냈고 자신의 서비스까지 살아나 1세트를 6대3으로 마무리했다. 샤라포바는 2세트에서 정상 컨디션을 찾아 단 한 게임만 사에키에게 내주며 6대1로 승리해 8강에 안착했다.
***샤라포바의 괴성**
1980년대 테니스계를 석권했던 '코트의 악동' 존 메켄로가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라켓을 집어던지는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면 샤라포바는 경기에 방해가 될 정도의 괴성으로 눈총을 받았다.
샤라포바와 경기를 치르는 상대선수들과 팬들은 서비스나 스트로크 할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샤라포바의 괴성을 비난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테니스 선수들이 스트로크를 구사할 때 소리를 내지만 샤라포바의 괴성은 보통 선수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한때 "사람들은 때때로 내가 경기를 할 때 일부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를 내는 것은 내가 4살때부터 갖고 있던 버릇이라 멈추기 힘들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7살때 여자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나브라틸로바의 눈에 띄어 '테니스스타 사관학교' 닉 볼리티에리 테니스 아카데미로 떠난 샤라포바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파워와 정신력을 터득했고 서서히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나는 제2의 쿠르니코바가 아니라 첫번째 샤라포바일 뿐"**
샤라포바는 테니스 선수라기 보다는 '모델'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쿠르니코바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2004년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 같은 평가를 일축했다. 샤라포바는 공식석상에서 "쿠르니코바와 나를 연관짓지 말라. 나는 제2의 쿠르니코바가 아니라 첫번째 샤라포바일 뿐이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워낙 일찍 피었다 빨리 지는 조로(早老)스타들이 많은 여자테니스계에서 세계랭킹 1위를 꿈꾸고 있는 샤라포바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랭킹 포인트를 따기 위해 빡빡한 대회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점에서 아직 17세밖에 되지 않은 샤라포바가 감당해야 할 심리적인 부분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무리한 경기출전으로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샤라포바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준 로버트 란스도르프 코치는 1980년대 18세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20대초반 치명적인 등부상으로 테니스를 포기한 트레이시 오스틴을 지도하기도 해 무리한 대회출전을 하이틴 테니스 스타들의 최대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테니스선수로서 자신을 평가해주길 바라는 샤라포바가 향후 여자테니스계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 지는 미지수다. 경기중 무서운 집중력으로 자신을 다그치는 샤라포바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니스이외의 활동을 통해 정신적으로 흐트러지지 않으면 샤라포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혼신을 다하는 스트로크 뒤에 따라오는 샤라포바의 아름다운 괴성이 계속 테니스코트에서 메아리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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