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몰렸던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BAYER)이 탄저병 테러 때문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하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제약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탄저병 치료제인 시프로프록사신(시프로)를 생산하고 있는 바이엘사는 세균테러 발발후 미국에서 시프로 판매가 급상승하면서 두달전 자사의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해 야기된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초 바이엘은 고지혈증치료제인 바이콜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 31명 등 전세계적으로 52명이 생명을 잃자 회사 주력상품중 하나였던 이 약의 생산을 중단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6백만명이 복용하던 이 약을 전량 회수해야 했다. 이 과정에 입은 금전적 손실만 6억5천만유로(약7천6백억원)에 달했고, 각종 민사소송과 반(反) 바이엘 캠페인에 시달려야 했다. 바이엘은 이 여파로 15개 공장 폐쇄와 1만8천명의 감원이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했고 주가도 17%나 폭락했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이번 세균테러로 탄저병 치료제인 시프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최대의약품 도매기업인 매키슨의 판매량만 해도 1달에 4만병에서 10일에 10만병으로 급증했고 바이엘의 주가도 이에 비례해 지난 2주동안에만 20%이상 상승했다.
예방용 백신을 제외하고는 감염후 탄저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약품으로 알려진 시프로는 원래 다른 질병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항생제로 지난 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인가를 받은 제품이다.
그동안 자국 제약회사들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의약품 저작권과 독점생산을 지지하던 미국은 탄저병 공포가 확산되고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자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장관이 직접 NBC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하여 의약품의 공동생산을 허용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정부도 시프로의 특허완화와 가격인하를 바이엘측에 요구했으나 바이엘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약의 특허권은 2003년까지 바이엘 측에 독점돼 있다. 바이엘 측은 그 대신 급증하는 시프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3개월간 이약의 미국내 생산량을 3배 증가시킬 계획이며, 계속 수요가 늘어마면 멕시코내 자회사와 타 제약사에 하청을 통해 생산을 늘릴 계획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윤을 최대한 늘려 고지혈증치료제로 야기된 회사의 경영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자는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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