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팀들이 정규시즌 채 10경기를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포스트시즌 구도는 안개속에 휩싸여 있다. 현대, 두산, 삼성간의 1위경쟁은 한 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며 9월에만 13승 3패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4위 기아도 내심 3위까지 노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4팀은 모두 단기전승부에서 믿고 의지해야 할 선발주축 투수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비록 '병풍'으로 프로야구가 위축됐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의 선발투수 맞대결은 절대우위에 서있는 팀이 없어 그 어느해 보다 명승부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두산 '선발은 안정, 불펜은 글쎄'**
시즌후반 맹렬한 기세로 SK를 따돌리며 사실상 4위자리를 확정지은 기아는 리오스-김진우-강철민-마뇽을 내세워 포스트시즌에서 대도약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아는 시즌 후반만 잘라놓고 본다면 8개구단 중 선발투수진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
기아는 특히 레스(두산)와 함께 16승으로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오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최근 5연승을 기록중인 김진우와 함께 기아의 '원투펀치'를 이루는 리오스는 시속 1백40Km 중반대의 힘있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각이 큰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사용하며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으로 올 시즌 전반기를 날린 김진우의 부활은 기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묵직한 직구와 파워커브가 주무기인 김진우는 최고구속 1백49Km를 찍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2002년엔 마무리투수, 2003년엔 선발투수로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진우로서는 올 시즌 3번의 실수는 하지않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기아의 고민거리는 역시 불펜진에 있다. 병풍으로 유동훈이 빠졌고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로 뛰게 될 신용운이 곧 복귀할 예정이지만 노장 듀오 이강철과 조규제가 어느 정도 활약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선발투수만 놓고 봤을 때 두산은 8개구단 최정상 팀이다. 다승공동선두 레스와 방어율, 탈삼진 1위에 올라있는 박명환이 존재하기 하기때문이다. 투수의 최대목표가 타자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있다면 단연 레스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레스는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절묘한 제구와 볼 배합으로 상대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레스가 '기교파' 라면 박명환은 힘으로 상대타자를 제압하는 '정통파' 투수다. 박명환은 시즌 후반 승수쌓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피홈런 4개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볼끝의 힘에서는 타팀 선발투수를 압도하고 있다.
두산도 기아와 마찬가지로 '셋업맨' 이재영과 이재우가 병역비리에 연루돼 불펜운영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게 큰 흠이다.
***삼성 희망봉은 배영수, 현대는 정민태에게 기대감**
올 시즌 코치로 부임한 '선동렬 효과'를 통해 팀 방어율 3.87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다승과 방어율에서 각각 2위를 달리고 있는 배영수가 포스트시즌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웬만한 투수의 직구와 맞먹는 시속 1백42Km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배영수는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에이스다운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배영수는 특히 최근 5경기에서 방어율 0.68을 기록하고 있어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투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삼성은 신인왕을 노리는 권오준과 호지스 등이 배영수의 뒤를 받치고 있다. 하지만 불펜진에서 윤성환, 지승민, 오상민 등이 병역비리로 빠져 특급마무리 임창용을 보좌할 투수가 절대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정규시즌에서 요긴하게 활용됐던 왼손 중간계투 지승민과 오상민의 공백은 뼈아프다.
'투수왕국'으로 불렸던 현대는 올 시즌 자존심을 구겼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최고연봉을 받고 있는 정민태는 부상으로 예전만큼의 구위를 찾지 못했고 김수경도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지며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외국인투수 피어리만이 14승 6패로 큰 몫을 하고 있으며 두둑한 배짱의 고졸신인 오재영이 좋은 투구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정민태가 지난 두 경기에서 삼진 17개를 잡아내며 서서히 페이스가 올라왔다는 점이 현대에겐 희망적인 부분이다.
객관적인 수치에서 현대 선발투수진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나머지 3팀에 비해 다소 뒤지지만 불펜만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는 3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조용준을 비롯해 홀드부문 공동 1위 이상열과 송신영, 신철인, 전준호가 버티고 있는 불펜진은 짜임새에 있어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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