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의한 구단합병으로 촉발된 일본프로야구계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본 프로축구리그(J 리그)의 발빠른 행보가 시작됐다. J 리그는 21일 이사회를 통해 내년부터 각 구단의 경영 및 재무상태 등의 정보를 공개할 방침을 세웠다.
2003년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경영악화로 민사재생법의 적용을 받는 빗셀 고베를 제외한 1,2부리그 27개팀 중 적자구단이 전년도 11개에서 4개로 줄어 든 J 리그는 구단별 경영정보 공개로 더욱 안정적인 리그운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적자구단 11개에서 4개로 줄어든 J 리그**
닛칸스포츠 등 일본스포츠신문은 22일 J 리그의 스즈키 아키라 의장을 인용해 “내년부터 구단별 경영정보를 공개하겠다. 프로야구계와 같이 갑자기 합병문제가 불거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재무상황을 토대로 리그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비중있게 보도했다.
J 리그는 1998년 요코하마 후루겔스가 경영난에 빠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흡수합병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가와부치 J 리그 의장(현 일본축구협회 회장)의 주도로 J 리그는 2000년부터 구단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의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한 제3자 기관인 경영 자문위원회도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J리그는 일부구단의 반대로 구단별로 전면적인 경영상황을 게시하는 대신 각 부문별 합계위주로 팬들에게 공개해왔다.
J 리그의 구단별 경영정보 공개방침은 프로야구계가 겪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측면이 강하다. 프로야구팀 긴테쓰와 오릭스는 이례적으로 2003년도 결산보고서를 통해 각각 38억8천만엔과 37억엔의 적자액을 공표했지만 손을 쓰기에는 때늦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J 리그는 해마다 구단별 재무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구단의 경영위기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 평가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한편 J 리그가 21일 발표한 2003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적자구단은 전년도 11개에서 4개로 감소했고 4천만엔(한화 약 4억1천만원) 미만의 흑자를 낸 구단은 3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또한 구단의 수익에 대해 감독, 선수 등 인건비 지출이 50% 이상이었던 구단이 11개에서 5개로 감소했고 평균에서도 43.9%로 줄어들으는 등 경영의 건전성도 높아졌다.
***자생력 없는 K 리그와 흑자경영체제의 J 리그**
병풍을 맞은 국내프로야구 못지 않게 K 리그도 전반기 1만5천명에 비해 후반기 들어 관중이 약 8천명 정도밖에 들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팬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도 문제지만 K리그 자체의 커다란 이슈가 없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K 리그는 오는 10월 13일 펼쳐지는 레바논의 2006년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유상부 회장도 지난 14일 “만약 우리가 레바논에 지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2010년까지 희망이 없다. 그러면 프로축구도 희망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국내프로축구는 지난 해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이 흑자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은 적자상태다. 더욱이 모기업의 도움없이 자생력을 갖춘 구단은 거의 없다. 경영의 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낙제점이다. 하지만 기존 구단에 대한 경영정보 공개나 리그차원의 심도깊은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방한한 쯔쿠바 대학의 나카자와 마고토 조교수는 “구단의 재무상황을 모든 사람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이 구단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금씩 구단의 자생력을 키워가며 흑자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J 리그의 구단별 경영정보 공개방침이 부럽게 느껴진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