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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유영철, 선처 호소한 유가족에게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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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유영철, 선처 호소한 유가족에게 '참회'

"어르신의 간곡함을 읽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가 자신의 선처를 호소하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뒤늦게 참회하며 옥중에서 쓴 편지가 20일 공개됐다.

***유영철, 자신의 선처 호소한 유가족 탄원서 보고 '참회'**

유씨의 범행에 노모와 부인, 아들 등 일가족을 모두 잃은 서울 '구기동 사건'의 피해 유가족인 고모(65)씨는 "죄는 밉지만 사형만은 하지 말아달라"며 경찰에 탄원서를 보낸 바 있고, 이를 본 유씨는 검찰 송치 뒤인 8월초 이 탄원서를 읽었으며 A4용지 2장 분량의 답장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편지에서 "어르신께 글을 올리는 거 자체가 너무나 염치가 없는 줄 알지만 어르신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글을 보고 너무나 감동이 되어 참회하는 심정으로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라고 편지를 쓰게 된 동기를 적었다.

유씨는 "용서를 구하고자 이렇게 용기를 낸 것은 아닙니다"면서도 "다만 저 같은 인간을 벌하지 말라 하신 어르신의 간곡함을 읽고 이 인간이 얼마나 못난 짓을 했는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입니다..."라고 참회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어르신의 간곡함을 읽고 얼마나 못난 짓을 했는지 피눈물을 흘리고..."**

유씨는 "저도 한때 따뜻한 가정이 있었고 짧지만 자식의 애틋함을 피부로 느끼며 행복했다고 할 수 있었던 나날도 있었습니다"며 그러나 "희망없는 나날은 결국 그 끝이 밝지 않다는 걸 매번 느끼면서도 행복과 희망을 쫓아가기만 했지 그걸 지키려 하지 않았던 게 제 인생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다.

유씨는 또한 "다음 생엔 성직자로 태어나 봉사만 하는 생을 살고 싶군요.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사는 삶도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걸 많이 느끼곤 했었습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제가 검거 당시 기회가 여의치 않아 많은 유가족들에게 사죄를 드리지 못한 점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다른 유가족들에게도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씨는 한편 "제가 어렵게 자라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한 여성의 배신감을 이렇게까지 표출하지 못했던 정말 나약하고 못나디 못난 인간 이하의 인간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라고 범행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21일 오후 유영철에 대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속행된다.

다음은 유씨가 쓴 편지의 전문이다.

***유영철 편지 전문**

저는 어르신의 화목했던 가정을 한순간 모두 앗아갔던 유영철입니다.

제가 이렇게 어르신께 글을 올리는 거 자체가 너무나 염치가 없는 줄 알지만 어르신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글을 보고 너무나 감동이 되어 참회하는 심정으로 몇자 적게 되었습니다.

어르신, 지금에 와서 제가 어떤 말씀으로 사죄를 드려도 어르신의 마음에 위로가 안돼(되)실거라 믿습니다. 전 용서를 구하고자 이렇게 용기를 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 같은 인간을 벌하지 말라 하신 어르신의 간곡함을 읽고 이 인간이 얼마나 못난 짓을 했는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어렵게 자라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한 여성의 배신감을 이렇게까지 표출하지 못했던, 정말 나약하고 못나디 못난 인간 이하의 인간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르신, 저도 한때 따뜻한 가정이 있었고 짧지만 자식의 애틋함을 피부로 느끼며 행복했다고 할 수 있었던 나날도 있었습니다. 소박한 꿈을 향해 살려고 발버둥도 쳐봤지만 내 의지와 다른 수렁의 길에 접어들기를 반복하다 보니…(중략)…어느 순간부터 느꼈습니다. 희망이란 참 중요한 것 같더군요.

희망없는 나날은 결국 그 끝이 밝지 않다는 걸 매번 느끼면서도 행복과 희망을 쫓아가기만 했지 그걸 지키려 하지 않았던 게 제 인생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르신, 여긴 상처받은 이들이 많은 곳입니다.

무의미한 나날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많은 수용자들에게 인간이 떠날 때 떠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미담어린 모습 보이고 가겠습니다.

다음 생엔 성직자로 태어나 봉사만 하는 생을 살고 싶군요.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사는 삶도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걸 많이 느끼곤 했었습니다.

저처럼 보이지않는 외롭고 소외된 자들이 많습니다. 저와 같은 인간이 나오지 않도록 그분들께 관심과 희망의 시간을 많은 분들이 조금씩 나눠줬으면 합니다.

제가 검거 당시 기회가 여의치 않아 많은 유가족들에게 사죄를 드리지 못한 점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어르신께서 그분들께 어던 방법으로든 저의 심정을 전하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못난인간 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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