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 언론에서는 '많이 죽였다' 그러는데, 내 입장에서는 시작단계에서 잡힌 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창현 재판장)의 심리로 열린 유영철(35)에 대한 첫 공판에서 유씨는 "잡히지 않았으면 계속 살인을 했겠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같이 거침없이 답해 방청객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내 입장에서는 살인 시작단계에서 잡힌 거다"**
파란색 수의 대신 검정색 셔츠와 검정색 구두 차림으로 면도를 안 한 듯 얼굴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법정에 들어선 유씨는 검찰의 신문 내용을 대부분 시인했지만, 일부 살해 방법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유씨는 주로 출장마사지사 등 윤락행위를 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위조한 경찰 신분증을 이용해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화장실에서 망치로 살해한 뒤 사체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토막낸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는 수법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그러나 자신이 사귀던 김모씨와 이름이 비슷한 여성 피해자는 다른 살인 방법과는 달리 "칼로 온 몸에 상처를 내 과다출혈에 의해 죽게 하려 했으나 1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자 망치로 살해했다"고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을 번복해, 여성들에 대한 연쇄 살인 동기가 애인과의 실연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기도 했다.
유씨는 또 지난해 부유층 노인 연쇄 살인 과정에서도 모 기업의 사장 저택에 침입할 계획이었으나 정원사가 정원손질을 오래 하는 바람에 계획을 취소하고, 한 저택에서는 집 안에까지 들어갔다가 집안에 사람들이 많아 계획을 포기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유가족과 피해자에 죄송함을 밝힐 기회와 방법 없었다"**
잡히지 않았다면 추가살인을 했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 유씨는 신문 과정에서 일부 반성의 기미를 내비치기도 했다. 유씨는 검사가 "'유족들은 모르지만 피해자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을 수사 과정에서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죄송한 마음이 있다. 밝힐 기회와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해 반성의 기미가 있음을 내비쳤다.
유씨의 변호인도 "피고인이 경찰의 수사에 모두 자백을 했고, 객관적 증거도 피고인의 자백에 의한 것이었으며, 피고인은 공소사실 외의 살인 5건에 대해서도 스스로 구체적으로 신상을 설명해 밝히게 하는 것은 반성하고 있는 증거"라고 변론했다.
유씨는 재판이 끝난 후 구치소로 호송되기 직전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 인생 포기했다. 그냥 선고해달라"**
유씨는 판사가 다음 재판 기일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나는 인생을 포기했다. 더 이상 법정에 나오지 않겠다. 오늘 재판을 끝으로 그냥 선고해달라"고 말했으나, 판사는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공판에는 2백석이 취재진과 방청을 지켜보기 위한 방청객들로 거의 만석을 이뤘으며, 법정 밖에서는 청원경찰이 2중으로 방청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했고, 법정 안에도 5명의 청원경찰이 배치돼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또한 장비를 갖춘 119구급요원 3명도 법정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법정 안에는 이례적으로 교도관 14명이 피고인석 뒤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등 사뭇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공판을 마쳤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나, 유씨가 출두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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