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제조기’ 이치로가 31일(현지시간)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월간 56개의 안타를 때려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선 올 시즌 2백12의 안타를 양산한 이치로가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깰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치로는 타격,수비,주루, 송구능력 두루 갖춘 최고의 선수”**
AP통신은 31일 “이치로가 8월에만 56개의 안타를 쳐내며 1936년에 월간안타 신기록을 세운 로이 웨설리(클리블랜드)와 동률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대기록을 세운 이치로는 경기후 “내가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느끼진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항상 했던 식으로 나가서 플레이했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시애틀의 밥 멜빈 감독은 “이치로를 수비로 막아내긴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상대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여러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며 빨래줄 같은 안타뿐만 아니라 기습번트나 깊숙한 내야땅볼로도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치로를 극찬했다.
이치로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4할6푼3리의 고타율을 기록중이지만 잔여경기가 31경기밖에 남지 않아 신기록 수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조지 시슬러(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2백57개)의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는 태세다. 실제로 시애틀 타임스는 31일자 기사에서 “이치로는 2백60개의 안타를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7번이나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에는 회의적인 견해도 꽤 많았다. 하지만 이치로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4년동안 매번 2백안타 이상을 쳐냈다. 또한 올 시즌엔 2001년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치로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타격 2위를 달리고 있는 멜빈 모라(볼티모어)는 “이치로는 최고의 야구선수다. 그는 영리할 뿐 아니라 타격, 주루, 송구능력,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최고다. 어떻게 이 선수가 경쟁할 수 있겠냐”라는 푸념섞인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치로가 주장하는 자신감과 선구안**
메이저리그에서 완벽한 야구선수로 비쳐지고 있는 현재의 이치로가 있기까지는 꾸준한 노력도 큰 역할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감과 선구안이었다.
문답식으로 꾸며진 <이치로 온 이치로(Ichiro on Ichiro)>란 책에는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 “나의 홈런가운데 거의 1백%는 내가 홈런을 치려고 의도한 것”이이라는 말을 했다. 대부분의 홈런타자들이 홈런을 친뒤 그저 타격 타이밍에 신경썼다는 말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이치로의 이 말은 경기상황에 맞게 자신이 장타와 단타를 구별해 쳐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편으론 감독이나 코치의 판단까지도 이치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치로는 또 “만약 투수들이 내게 던지는 스트라이크의 60~70%만 때려낼 수 있다면 꿈의 타율인 4할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투구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난 30%정도만 상대투수의 다음 공에 대해 생각하고 나머지 70%는 어떤 공이 오던지 공을 물체로 생각하고 집중한다”며 선구안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치로 이전까지 시슬러의 최다안타기록은 도전받은 적 없어**
좌타자이자 1루수로 활약했던 시슬러는 같은 1루수로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인 루 게릭과 비견되는 선수다. 시슬러는 홈런타자는 아니었지만 루 게릭에 비해 훨씬 빠르고 수비능력이 뛰어났으며 타율도 높았다.
시즌 2백57안타의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조지 시슬러가 활약하던 1920년대와 지금의 야구는 확연히 다르다. 비록 시슬러는 지금보다 8경기 적은 1백54경기에서 기록을 세웠지만 1920년에는 현대야구처럼 불펜이란 개념도 없었고 투수들의 구질도 단순했다.
이미 이치로는 지난 2001년 2백4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2차대전이후 시슬러의 최다안타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야구기록 전문업체 엘리아스 스포츠뷰로에서는 “시슬러의 기록이 현대야구에서 도전받은 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치로의 기록경신 여부를 떠나 메이저리그가 이치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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