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체조 개인종합 등 아테네 올림픽에서 잇따른 오심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제체조연맹(FIG)이 26일(현지시간) 폴 햄에게 금메달 양보를 권고하는 서신을 보냈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27일 답장을 통해 "실수를 한 FIG가 폴 햄에게 압력을 가해 궁지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FIG "한국선수에게 메달 돌려주면 높게 평가할 것"**
FIG의 브루노 그란디 회장은 이날 '페어플레이'라는 제목의 서신을 통해"만약 FIG의 결정이 금메달을 되돌려주는 것이라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선 여러 이견이 있다. 나는 한국인 상대(양태영)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란디 회장은 이어 "나는 FIG 집행위원회가 남자체조 개인종합 평행봉 연기때 판정을 내린 심판, 즉 2명의 A패널 심판과 FIG 기술위원회 위원에게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사실상 한국 양태영 선수의 스타트 밸류는 10점이 아닌 9.9점으로 채점됐다. 결과적으로 남자 개인종합의 진정한 우승자는 양태영 선수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FIG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신이 한국인 선수에게 메달을 돌려 준다면 이 행동은 전세계에 페어플레이를 궁극적으로 입증하는 행동이 될 것이며 FIG와 IOC는 이런 행동의 고결함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당신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폴햄에게 금메달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USOC, "금메달 돌려줄 수 없다. IOC도 우리편"**
이같은 서신에 대해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다음날인 27일 반박서신을 통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USOC는 "우리는 FIG의 요청이 자신들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고 대신 햄에게 압력을 가해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USOC는 "FIG의 요청이 부당하다는 판단아래 우리는 당신들이 보낸 편지를 폴 햄에게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 폴 햄은 올림픽 챔피언이 보여줘야 할 것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햄은 최고의 능력을 보였으며 체조규정에 따라 경쟁했다. 또한 햄은 자랑스럽게 명예로운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강변했다.
USOC는 "FIG는 언론에 당신들이 보낸 편지를 공개하지 말고 항상 어떤 방식으로던지 폴 햄에게 공개적으로 이런 요구를 하지 말아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USOC는 또 "FIG의 규정과 FIG의 발표를 통해 2004년 올림픽 남자체조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는 폴 햄이라는 사실이 공표됐다. FIG가 보낸 편지에는 진정한 승자는 양태영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FIG 규정이나 FIG의 발표내용과 불일치하는 것이며 도리어 올림픽 경기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USOC는 이어 "IOC가 폴 햄이 금메달을 양보하는 행동을 한다면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내용이 FIG의 편지에 있는데 우리가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선수를 이치에 맞지않는 상황에 빠뜨리는 FIG의 행동에 화를 냈으며 그 같은 편지내용에 동조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IOC, 공식적으로 미국입장 지지**
IOC의 지젤 데이비스 대변인도 FIG가 폴 햄에게 보낸 편지내용 중 "IOC가 이런 행동(금메달 양보)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전면부인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편지에 나온 것은 IOC 입장이 아니며 우리는 이 편지와 관련 FIG와 논의한 적이 없다. IOC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FIG가 경기결과를 번복하지 않으면 지금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비난이 거세지자 폴 햄에게 금메달 양보를 요구한 FIG와 왜 너희들의 실수를 폴 햄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느냐며 반박한 USOC의 논쟁, 그리고 사실상 USOC의 손을 들어준 IOC의 행동으로 양태영의 빼앗기 금메달 찾기는 올림픽정신 구현과 거리가 먼 각 체육단체들 사이의 볼썽사나운'힘겨루기'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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