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간 이 문제가 양국간 외교 갈등으로 크게 번지는 것을 우려, "외교부에서 적절히 잘 대응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외교부 우다웨이(武大偉) 신임 아시아담당 부부장이 방한, 외교부와 고구려사 문제를 논의하는 등 양국간 실무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자 노 대통령도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에게 '유감' 입장을 전달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자 주석을 통해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노대통령 "고구려사로 양국 관계 훼손돼선 안돼"**
노 대통령은 이날 자 주석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의 생각을 충분히 인식해 양국 정부간 협의에 따른 신속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작년 중국방문 이후 한중 양국이 전면적인 협력.동반자 관계로 한단계 격상된 뒤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 잘 진행돼 온 것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논쟁거리가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로 인해 그동안 잘 발전돼오던 양국관계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이성적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양국 정부가 미래를 보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자"면서 "양국 정부와 지도자가 이만한 일은 건설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자칭린 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이나 중국 정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후 주석으로부터 고구려사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 주석은 "우리는 2천년전의 역사 문제로 한중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신중하며 성실하고 책임있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대통령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약속**
자 주석은 이날 면담을 시작하면서 "한.중 양측이 다같이 양국관계의 대국적이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견지에 서서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기만 하면 우리는 충분한 지혜를 갖고 서로의 관심사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후진타오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자 주석은 또 "이번 방한을 계기로 문제 해결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 주석과의 접견이 그간 양국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됐던 고구려사 문제를 중국이 한국 정부의 '유감'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자리가 된 셈이다. 대신 중국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것은 대만과의 관계다. 자 주석은 앞서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이 각국 의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외교적 활동의 폭을 넓히려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만과 교류를 협력하는 데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원한다"며 고구려사 왜곡 문제 이후 한국 정부의 대만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자 주석은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만 문제를 거론했으며, 이에 노 대통령은 "한.중 수교시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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