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보법 폐지 의견을 내 놓은 것으로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 등 보수 세력의 인권위에 대한 '색깔 공세'가 예상되는 한편, 국보법 개.폐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인권위는 24일 오전 서울 무교동 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3일 전원회의 의결에 따라 법무부 장관 및 국회의장에게 국보법을 폐지토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당초 지난해 3월부터 국보법, 사회보호법,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3대 인권 현안'으로 지정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문제점 검토 및 사례 조사 연구 등을 해왔는데, 사회보호법,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발표 및 해당 기관에 대한 권고를 마친 상태였다. 사회보호법의 경우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폐지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국보법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경 TF팀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 받았으나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 등에 따라 결정을 미루고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며, 정책국 자체 검토와 세 차례의 전원위원회를 거치는 등 결론을 내릴 때까지 상당한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보법은 1948년 제정 된 이래 56년간 사상.인권.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 왔고, 30여년간 군사독재가 지속되며 독재정권의 유지수단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특히 국가보안법 상의 제7조 찬양.고무 조항과 제10조 불고지죄 조항 등에 대해서는 그 대상과 처벌 근거가 모호해 법조계에서도 대표적인 악법조항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91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북 화해 모드와 함께 '주적' 개념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등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의 폐지 요구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국보법 개폐 논의가 활발한 상태다.
***열린우리당 "폐지후 형법보완", 한나라당 "일부 개정", 민주노동당 "완전폐지"**
현재 국보법 관련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폐지 후 형법 보완'을, 한나라당은 '일부 개정'을, 민주노동당은 '완전 폐지 후 대체입법'을 각각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폐지 권고'가 정치권에서의 국보법 개폐 움직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 나주 수해현장을 방문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한다"고 짧막하게 언급했으며, 박 대표를 수행한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는 이미 '내가 대표로 재임하는 한 국가보안법 폐지는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부분 개정'이라는 당론은 변함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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