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신이 한국의 8강진출을 도왔다.
천당과 지옥 사이를 헤매던 한국축구가 말리와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며 56년만에 올림픽무대에서 8강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17일(현지시간)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말리와 3대3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0대3으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들어 '개점휴업' 상태였던 스트라이커 조재진의 연속 헤딩골과 말리 수비수의 자살골로 동점을 만들며 8강에 턱걸이했다.
상대팀의 '자살골'로 무승부를 이룬 것은 첫경기 그리스에 이어 벌써 이번이 두번째다. '그리스 신'이 한국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도 가능한 상황전개다.
***한국 체력고갈로 인한 패스미스와 압박실패로 고전**
전반은 말리가 경기 분위기를 압도했다. 말리는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손쉬운 경기를 펼친 반면 한국은 체력고갈로 인해서 인지 수비진과 미드필드에서 패스미스가 잦았다.
말리는 전반 7분 트레오레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골잡이 은디아예가 골키퍼와 1대1로 맞닥뜨린 상황에서 가볍게 차넣어 네트를 갈랐다. 은디아예가 볼을 트래핑 할 때 왼쪽 손이 닿았지만 핸들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몸을 날리며 상대공격을 차단했던 그리스와 멕시코 전과는 달리 한국의 미드필드진과 수비라인은 말리의 개인기에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아테네에서 펼쳐진 멕시코와의 경기이후 테살로니키로 다시 이동해 경기를 치른 한국팀은 전반적으로 체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말리는 전반 24분 쿨리발리의 강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은디아예가 공을 잡아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은 전반 42분 조재진이 회심의 헤딩슛을 했지만 무실점 행진을 기록하던 말리의 바틸리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전반 인저리 타임에 한국은 이천수가 슛을 쐈지만 바틸리 골키퍼가 다시 쳐냈고 골대 앞으로 튀어나온 공을 말리 수비수가 걷어내 득점기회를 놓쳤다.
<사진> 조재진
***스트라이커 조재진 경기 분위기 바꿔**
후반전 한국은 유상철을 미드필드를 올려 경기를 펼치는 비상작전을 썼다. 하지만 말리는 후반 10분 빠른 역습을 은디아예가 다시 마무리해 3대0으로 앞서나갔다.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한국 선수들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같은 조 경기에서 멕시코가 그리스에 1대0으로 앞서고 있어 한국은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다잡았던 8강행 티켓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후반 11분 김동진의 완벽한 크로스를 조재진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1점을 만회했고 2분뒤 또다시 김동진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넣어 침체됐던 한국의 사기를 높였다. 조재진으로서는 지난 예선 2경기에서의 극심한 부진을 깨끗이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한국에겐 이제 8강진출의 보증수표인 한 골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한국의 김호곤 감독은 몸이 무거운 김두현 대신 최성국을 투입하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최성국은 후반 19분 빠른 돌파에 이어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 순간 말리의 수비수 탐부라가 공을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골 네트를 갈랐다. 그리스 전에 이어 한국팀이 예선전에서 두 번째 얻은 자살골이었다.
후반 36분 말리는 또다시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고 한국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같은 조의 멕시코(1승1무1패)는 그리스를 3대2로 제압했지만 승점에서 한국(1승2무)에게 뒤져 8강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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