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3일째를 맞은 아테네 올림픽이 이란 유도스타 미레스마엘리의 정치성이 짙게 깔려있는 대회참가 포기와 평영 1백m에서 우승한 일본 기타지마에 대한 판정시비가 논란이 되는 등 초반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란 유도스타 이스라엘 상대만나자 경기 포기**
"올림픽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또 이용해서도 안된다"는 올림픽 정신에 또다시 상처를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간) 남자유도 66 kg 이하 급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이란의 아라쉬 미레스마엘리는 1차전에서 이스라엘의 에후드 박스와 맞붙게 되자 정치적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미레스마엘리는 공식적으로 체중감량에 실패해 경기를 포기했다는 발언을 했지만, 실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시오니스트 국가 선수와는 경쟁을 금한다는 이란의 정책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레스마엘리는 이란 국영통신 IRNA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나는 수개월 동안 훈련을 해왔지만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이스라엘 선수와의 대결을 거부했다. 나는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의 모하마드 카타미 대통령도 "미레스마엘리의 행동은 이란의 영광스런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한편 이란 올림픽 선수단의 나스롤라 사자디 단장은 "미레스마엘리는 11만5천달러의 포상금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이란 스포츠계가 경기에 참가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것으로 보이는 미레스마엘리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 선수단의 야론 미카엘리 대변인은 "우리는 아테네에 스포츠 경기 참가를 위해 온 것이지 정치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상대선수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라며 이란 유도스타의 경기포기를 비난했다.
한편 국제유도연맹(IJF)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로 이란 유도팀 전체에 대한 올림픽 출정정지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와 화합의 장(場)이 돼야 할 올림픽에 정치적 요소가 개입된 적은 매우 많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의 나치정권 선전도구로 활용됐으며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는 수구경기에서 소련 선수가 헝가리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는 사태가 발생해 관중들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소련은 헝가리를 무력침공한 상태였고 헝가리는 소련점령에 항거하는 폭동이 빈번했던 터라 두팀의 경기는 '전투'를 방불케 했다. 이 경기에서는 헝가리가 소련을 4대0으로 물리쳤고 결승에서도 유고를 따돌리며 금메달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흑백차별이 심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올림픽 참가에 찬성입장을 보였던 것에 대한 항의로 흑인 선수들이 메달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또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국가들이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올림픽 참가를 거부했으며 1984년 LA 올림픽에는 소련 주도로 동구권국가들이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美-日 평영 돌고래킥 판정논란**
수영에서는 판정논란이 발생했다. 일본 수영의 간판스타 기타지마 고스케는 15일 남자 평영 1백m에서 0.17초 차로 세계기록보유자 미국의 브렌던 한센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미국 수영대표팀의 아론 페어솔은 기타지마 고스케가 국제수영연맹(FINA)의 규정을 어기고 돌고래 킥을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가장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수영종목인 평영에서는 접영과 같이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돌고래 킥을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16일 "기타지마의 킥 동작은 지난 해 여름 펼쳐졌던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당시 기타지마는 남자 평영 1백m와 2백m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기타지마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경기에서 반칙을 범하지 않았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라며 판정시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페어솔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타지마는 그가 반칙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타지마는 반칙을 통해 0.2초가량의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센은 "페어솔의 지원은 고맙긴 하지만 책임은 지난 달 대표선발전에 못미치는 성적을 낸 내 자신에게 있다"고 더이상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수영선수들의 이같은 주장은 미국의 금메달이 유력시됐던 수영 4백m 계영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금메달을 내준 데 이어, 남자 평영 1백m에서도 금메달 후보 한센이 2위에 그치자 제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기타지마 선수의 킥 장면을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육상다음으로 금메달이 많이 걸려있는 수영에서 초강세를 이룰 것으로 보였던 미국은 수영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현재 금메달을 1개밖에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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