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리의 기쁨을 그동안 고초를 겪었던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12일(현지시간) 아테네 올림픽 축구 D조예선에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역전승을 거둔 이라크 축구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이라크가 올림픽축구 우승후보로도 평가됐던 포르투갈을 4대2로 제압하자, 미국의 침공으로 참담한 전쟁을 겪고 있는 이라크의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승리에 환호하며 잠시나마 기쁨을 느꼈다.
***올림픽 축구승리에 이라크 국민들 환호**
이라크는 전반 13분 하이다르 자라브의 자살골로 포르투갈에게 선취점을 내줘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연달아 두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포르투갈은 전반전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전들어 이라크는 마흐무드와 사디르의 연속골로 포르투갈을 제압했다.
유로 2004에서 포르투갈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는 이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로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호나우두는 전반 19분엔 이라크 스트라이커 마흐무드를 팔꿈치로 가격해 마흐무드의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경고만 받아 논란이 됐다.
포르투갈은 후반 6분 루이스 보아 모르테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면서 10명이 맞서 싸워야했고 결국 수적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라크에게 무너졌다.
경기 후 세번째 골을 넣은 이라크의 마흐무드는 "모두가 포르투갈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우리는 우리가 이변을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팀이란 사실을 입증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압둘 와하브 선수도 "첫 경기에서의 승리는 중요하다. 우리는 기쁨이 필요한 이라크 국민들이 더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라크의 승리가 확정되자 바그다드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포가 쏘아올려졌고 집이나 카페에서 경기를 시청하던 이라크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이라크는 지난 5월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지만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독일 출신의 베른트 슈탕게 감독은 안전문제에 대한 이라크 당국의 조언을 받아들여 사임했다. 슈탕게가 떠난 뒤 이라크 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아드난 하마드 감독은 1980년대 이라크 대표팀에서 활약했으며 2002년 서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이라크를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일본, 수비불안으로 파라과이에게 패배**
한편 36년만에 올림픽 메달획득을 노리던 일본 축구팀은 12일(현지시간) 펼쳐진 아테네올림픽 B조 예선에서 수비실책을 연발하며 파라과이에게 3대4로 져 8강진출에 적신호가 커졌다.
일본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중원사령관 오노 신지(페예노르트)의 페널티킥 2개 등 3점을 얻었지만 수비불안으로 좌초했다.
일본은 전반 5분 수비수 나스가 문전에서 안이안 볼처리를 해 파라과이에게 첫 골을 내줬다. 일본은 오노 신지의 페널티킥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원터치 패스로 일본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한 파라과이에게 연달아 두 골을 허용했다.
일본은 돌파력이 뛰어난 오쿠보와 오노를 앞세워 공격을 펼쳤지만 볼을 가지면 2명 이상이 재빠르게 협력수비를 펼치는 파라과이 수비진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후반들어 일본은 오노의 페널티킥으로 2대3까지 추격했지만 파라과이의 역습에 4번째 골을 내줘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파라과이전 패인은 수비불안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일간 <아사히(朝日)>신문은 '수비불안으로 잇따라 4실점, 수비라인 공백의 일본'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자신을 갖고 올림픽에 나선 일본 수비라인이 흐트러지면서 전반 5분 첫 실점을 했다. 수비불안은 끝까지 계속돼 파라과이의 3,4 번째 득점모두 일본 수비이 무너져 내줬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와일드카드 오노도 기대한 만큼의 활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도권을 파라과이에게 넘겨줬기 때문에 일본은 전방을 향해 긴 패스를 하는 등 단조로운 공격이 잦았다. 오노 특유의 패싱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역시 오노가 단기간에 올림픽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건 어려운 것일까"라고 언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