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2일 김대중 전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방북 제안을 받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공동발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항상 하려는 마음이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DJ '방북' 주문에 박대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
회동에 배석했던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날 오후 동교동 발표보다 자세히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 전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자신의 책에 사인해 박대표에게 선물하며 “북한에 가서 직접 한나라당의 정책을 이야기 해줘라.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박 대표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공동발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항상 하려는 마음이다”고 답했다.
이같은 박 대표의 반응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측근인 장성민 전의원이 지난 6월 연세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만난 북측 고위인사로부터 “이제 어느 정당, 어느 대표가 나서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뉴앙스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주장했던 것과 연결지을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답변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장 전의원은 이와 관련, 당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 말을 듣고 나는 직감적으로 박근혜 전대표를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DJ가 경제적 지원을 하려고 했으나 이회창씨 때문에 발목잡힌 것이 아니었나. 지금 상황에선 그런 여건을 풀어줄 사람은 박 전대표”라고 밝혔었다. 그는 특히 “'정부 대 정부'라는 제한된 분위기를 반전시켜 큰 활로를 모색하는 이벤트가 필요한데, 그 적임자가 누구겠느냐”며 “노무현 대통령도 박 전대표를 과감히 대북특사로 기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장 전의원은 또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선 “DJ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느 정당이든, 정파를 뛰어넘어 남북평화와 아시아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DJ의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6자회담에 대한 조언도**
김 전대통령은 한편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 대표의 질문에 “미국이 북한 안전을 보장하고 일본이 국교를 통해 북한에 배상금을 주고 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고 동시에 완만한 경제회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대통령은 “북핵의 포기 대가는 곧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불신하면 안된다. 미국이 좀 더 여유로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사태를 우려하며 “가장 좋은 것은 북한이 북한 자력으로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남쪽도 지원하고 함께 협력하면 완만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소회를 묻는 박 대표의 질문에 “개성공단 등 여러 가지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북아의 물류 중심이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통해서 한반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J, “이대로 가면 경제는 상당히 위험”**
김 전대통령은 한편 “당분간 경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경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전대통령은 “국민의 8할이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경제는 심리이고 정치권이 국민들이 불안한 것을 달래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에 따라 “국민들은 경제에 대해 지금 희망을 버린 상태”라며 “일본이 10년 불황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서 경제를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박 대표에게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는 “야당으로서 경제 살리기에 최대한 협력할 생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면서 “법인세 감세 등 모든 문제를 면밀히 준비해서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 말 한마디가 참으로 중요하다. 국가지도자의 경제철학에 기업가와 국민들이 영향을 받는다”면서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을 알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믿음이 없으면 아무리 해도 잘 될 수 없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책임여당이 건전한 정책을 가지고 가야하고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며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면 정부 역시 야당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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