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법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호주제와 국가보안법, 사형제도 등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로 비교적 소신 있는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호주제 폐지, 올해안에 될 것으로 낙관”**
김 후보자는 이날 호주제 폐지 문제에 대해 “작년 민법개정안에서 폐지될 줄 알았는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폐지해주길 바란다”며 “올해안에 통과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혼가정의 자녀가 법원의 허가로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하는 방안에 대해선 “방법론적 문제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국민감정이나 동양적 문화속에서 호주제를 폐지하면 성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호주제를 폐지한 이후 성 문제를 논의하고 국민설득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제 폐지에 따라 친족관계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반대론과 관련, “호주제 폐지와 성 선택의 문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화 포기하는 사형제는 폐지돼야”**
김 후보자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폐지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형제는 궁극적으로 교화를 포기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며 “흉악범의 경우 다른 판사는 사형을 선고하고 제가 재판하는 사람은 안하고 그러면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한 것이 되므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제도적 보완을 거친 뒤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보법 독소조항 빨리 손질해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남북관계 등 여러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국보법이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돼야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 점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법개정 범위 등은 국민적 합의와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정이냐 폐지냐에 대한 소신을 말해달라는 주문이 뒤따르자 그는 “폐지라고 할 때 형법조문으로도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엔인권위원회가 찬양고무죄, 불고지죄 조항은 검토하라고 했는데, 이런 조문은 빨리 손질해야 하지만 개정이냐 폐지냐 하는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분명한 답변은 피했다.
***“보수다 진보다 규정짓지 말아달라”**
이 외에도 김 후보자는 모 고등학교의 학생이 종교수업을 거부해 재적조치를 당한 뒤 인권위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학교이고 (학생의 행위가) 범죄적인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생각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교육의 폭이 넓어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김 후보자는 이어 “시민단체가 진보적이라고 규정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의 몇몇 판결로 평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법관으로서 진보다 보수다라고 규정짓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진보나 보수 개념 자체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있고, 진보다 보수다라고 딱지를 붙이면 판결 결과에 대해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격인사 논란에 대해선 “조직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갈등과 분열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승진개념으로 본다면 서열 역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본다면 대법원이 달라지는 계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오는 23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처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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