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의 전 간부가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 에이전트와 짜고 거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프로축구팀들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좀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로축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FIFA(국제축구연맹)플레이어 에이전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국내프로축구의 외국인 선수 영입 인맥이 좌지우지**
국내에서 활동중인 한 FIFA 플레이어 에이전트는 “물론 구단과의 인맥은 에이전트에게 중요한 자산이지만 국내프로축구는 인맥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고 밝혔다.
이 에이전트는 “호나우두를 데려와도 인맥이 없으면 국내 프로구단에 팔 수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구단과 에이전트간의 끈끈한 결탁이 이번 사건을 유발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현지 에이전트와 연결해 선수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현지 에이전트와 국내 에이전트를 거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불어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에이전트가 현지 에이전트에게 밝힌 선수 이적료보다 많은 액수를 국내 프로축구단으로부터 받아내 차액을 구단관계자와 유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구단의 무사안일주의도 한 몫**
그는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브라질 클럽에 소속된 선수가 국내프로구단으로 건너올 때 에이전트는 10%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감독이나 구단관계자들이 선수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에이전트가 준비한 녹화테이프나 이력서를 보고 판단한다”고 외국인 선수 이적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구단과 직접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을 성사시키기 힘들다. 때문에 구단과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몇몇 에이전트들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대부분 국내 프로축구 구단들은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터라 구단관계자들은 예산에 포함돼 있는 외국 선수 스카우트 비용을 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구단이 예산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구단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에이전트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확실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국내프로구단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중간에 퇴출되는 외국인 선수가 많다는 점도 구단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FIFA 플레이어 에이전트는 대부분 개점휴업상태**
이 에이전트는 또 “FIFA 플레이어 에이전트가 올해 3월 무더기로 늘어났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인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에이전트는 손에 꼽는다. 나머지는 개점휴업상태다”라고 밝혔다.
2001년부터 3년간 대한축구협회가 FIFA를 대행해 실시한 플레이어 에이전트 시험에서 22명이 합격해 19명이 자격증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3월에 있었던 플레이어 에이전트 시험은 한국어로 출제돼 무려 71명이 합격했다. 이처럼 FIFA 플레이어 에이전트 시험이 한국어로 쉽게 출제된 것은 일부 무자격 에이전트들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내축구계의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맥과 경험이 앞선 에이전트들이 득세할 뿐 FIFA 플레이어 에이전트들은 대부분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그는 “국내프로축구는 현재 브라질 용병들이 휩쓸고 있다. ‘선수장사’에 사활을 거는 브라질 클럽들은 해외로 나갈 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의 기록이 좋아지도록 배려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선수의 몸값은 브라질 클럽의 재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전남 드래곤즈 사건을 계기로 구단이나 에이전트 모두가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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