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신화를 먼 발치서 지켜봐야했던 이동국과 박진섭이 27일 펼쳐진 아시안컵 B조 예선 마지막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한국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 넣는 등 쿠웨이트를 압도하며 4대0의 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쿠웨이트 징크스 벗어난 한국축구**
이동국, 설기현, 차두리를 스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한국은 전반 11분 이동국과 설기현이 중앙에서 월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잡았지만 이동국의 마지막 볼 터치가 좋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이후 한국은 이영표의 왼쪽 측면돌파와 함께 오른쪽 측면에서는 박진섭의 크로스와 스루패스가 날카롭게 이어졌다. 전방 공격수들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넓게 포진하며 중원으로부터 전달되는 김남일과 박지성의 패스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었다.
첫 골이 터진 건 전반 24분. 이동국은 페널티 박스 외곽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습적인 킥으로 연결하며 쿠웨이트의 사기를 꺾었다. 반대쪽 포스트로 휘어지는 프리킥을 예상했던 쿠웨이트 골키퍼는 속수무책이었다.
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박진섭은 한국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박진섭은 코너 플래그 방향으로 쇄도하던 차두리에게 스루패스를 해줬고 차두리는 공을 몰고 가다 다시 박진섭에게 공을 내줬다. 박진섭은 골키퍼와 상대 최종수비라인 사이에 떨어지는 완벽한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동국이 가볍게 차 넣어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전반 인저리타임에 쿠웨이트의 패스를 부지런하게 경기를 누비던 박지성이 가로 채 차두리에게 연결했고 차두리는 통렬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후반전 초반 쿠웨이트는 압둘라지즈와 세라즈의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투입된 안정환이 그라운드에 나선 지 10분만에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가름했다.
***이동국-박진섭, 2002년 월드컵 탈락의 아픈 기억 씻는다**
이날 쿠웨이트전 대승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괴롭혀왔던 쿠웨이트 징크스를 탈피했다는 것과 득점력이 살아나며 조1위로 8강에 진출해 8강전을 이동하지 않고 지난에서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던 스트라이커 이동국과 박진섭이 쿠웨이트전을 통해 완벽하게 살아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성실성과 승부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히딩크호에서 중도탈락했던 이동국은 본프레레 감독의 부름을 받은뒤 자신감을 되찾아 지난 2000년 아시안컵에 이어 또다시 이번 아시안컵을 자신의 대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左영표, 右진섭'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허정무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박진섭도 이동국과 같이 2002월드컵에서는 뛰지 못했다. 비록 안타깝게 예선탈락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박진섭의 자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같아 보였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박진섭은 송종국에게 자신의 자리를 뺏겼고 조금씩 잊혀진 선수가 됐다. 지난 6월 베트남,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했던 박진섭은 '경쟁자' 송종국이 올림픽팀에 와일드카드로 결정나자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상대수비를 당혹케 하는 크로스를 쉴새없이 뿜어내며 부활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본프레레 감독의 신임을 쌓아가고 있는 이동국과 박진섭이 남은 경기에서 확실한 부활탄을 쏘아올리며 2002년 월드컵 대표팀탈락의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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