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미국의 ‘북한인권법’ 에 공식우려 표명

국회차원 반대서명은 유보키로, 한나라 "어느나라 의원이냐"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북한 인권법’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하던 국회차원의 반대 결의안은 한미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보키로 결정했다.

***“인권법에 대한 깊이있는 검토해 나갈 것”**

열린우리당 정책조정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은 26일 연석회의를 열어 북한 인권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북한 인권법은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외교통상위 간사인 유선호 의원은 “법안의 세세한 내용들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붕괴와 관련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인권법의 악영향을 우려한) 정봉주 의원의 설명에 당이 거의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미 하원을 통과, 오는 9월 상원 통과가 유력시되는 ‘북한 인권법’에 대해 국내 인권단체들은 “인권, 민주주의, 시장경제 촉진의 미명하에 북한체제의 붕괴를 궁극적 염두에 두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이 법이 발효될 경우 북한 주민에 대한 탈북과 망명유도 등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모든 대북지원과 협상이 인권문제와 연계돼 북한의 반발이나 북핵 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관련 상임분과위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청회나 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당내 정책위와 통외통위를 중심으로 인권법에 대한 깊이있는 검토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 의원은 “미 상원에서 통과 가능성이 있는지, 다른 법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미국에서 인권법처럼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 어떻게 실행됐는지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관계 악화 우려, 인권법 반대서명은 유보”**

그러나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하던 국회차원의 인권법안 반대서명은 유보키로 했다.

당초 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과 함께 반대서명을 주도해왔던 정봉주 의원은 “자칫 우리나라 의회와 미국 의회 간의 심각한 대립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미 상원에서 9월에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아직 시간은 있다”며 “개인차원에서 제기한 문제를 당 차원에서 논의키로 한 데 의미를 두고 개인적으로 서명 받는 것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우리당 의원들의 우려를 표하는 연서 형식은 가능하지만 이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의원들이 인권법에 대한 내용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들에게 인권법의 정치적 의미, 영향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선호 의원도 “우리의 최대 목표는 상원에서 법안 통과를 유보시키는데 있다”며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갈등을 유발하며 하는 방법이 있고 부드럽게 가는 방법이 있다”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근혜 "어느나라 국회의원이냐"**

그러나 당 지도부는 미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 대해 여당이 직접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할 경우 자칫 한미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같은 움직임을 강력성토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6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너무 기가 막힌 소식이었다"며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 그게 말이나 되느냐"고 강력반발했었다.

우리당 천정배 대표는 이와 관련,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우리당의 입장은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