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슬러거 카를로스 델가도가 경기장에서 미국민요가 연주될 때 여타 선수들처럼 그라운드에 서있는 대신 덕아웃에 앉아 이라크 전쟁을 감행한 미국에게 무언의 항의를 하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델가도는 미국 공군이 공습 테스트 장소로 자신의 조국인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 섬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운동에 참가한 야구선수로서는 특이한 전력도 있어 향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이 더욱 주목된다.
***델가도의 무언의 항의**
델가도는 올 시즌부터 이같은 무언의 항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양키스와 2연전을 치르고 있는 델가도는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나의 개인적 감정이다. 만약 7회초 내가 마지막 타자라면 그라운드에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덕아웃에 머물겠다"라고 밝혔다.
미국프로야구 팀들은 9.11 사태이후 미국의 대표적 민요인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의 연주를 시작했고 지금은 주말경기 또는 공휴일경기에 한해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는 매 홈경기마다 7회초가 끝나면 <갓 블레스 아메리카>를 연주한다. 현재 델가도의 소속팀 토론토를 비롯한 몇몇 팀들은 홈경기장에서의 이 민요의 연주를 중단한 상태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주류는 전쟁과 같은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델가도의 행동은 이례적이다. 올 시즌 계속되고 있는 델가도의 무언의 항의는 워낙 조용히 진행돼 버드 셀릭 커미셔너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셀릭 커미셔너와 갈등예상, 소속팀 토론토는 일단 동의**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뉴욕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나는 이같은 사실에 좀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과정이지만 최종적으로 델가도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눌 것이다. 나는 국가에 대한 존경과 개인의사 표현의 자유 같은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9.11 사태이후 모든 프로야구 팀들에게 미국민요를 연주하도록 명령하는 등 야구에 정치적인 의미를 첨가한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델가도 사건을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란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한편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측은 델가도의 무언의 항의를 일단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토론토 구단의 폴 갓프리 사장은 비록 델가도의 '반전(反戰)' 항의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특별히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토의 폴 갓프리 사장은 캐나다 정부에게 왜 이라크에 캐나다 군인을 보내지 않느냐고 비판했으며 2003년 토론토 홈구장 스카이돔에서의 <갓 블레스 아메리카> 연주 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델가도, 미군의 푸에르토리코 비에케 섬 공습시험 장소 사용에도 반대**
푸에르토리코 출신 델가도는 미국 공군이 공습시험 장소로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 섬을 사용하는 것에도 반대해 왔다. 미군은 60년간 9백 에이커에 달하는 비에케 섬을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본토에서 성장했지만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델가도는 미국 공군이 비에케 섬을 공습 테스트 장소로 쓰는 관행에 대한 반대운동에도 참여한 바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따라 미군은 지난 2003년 5월 1일 비에케 섬에서의 공습 테스트를 중단했지만 지역주민들은 미국정부에게 경제적, 심리적, 환경적인 문제에 대한 보상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델가도는 수천만달러의 기부금을 내고 다른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인사들에게도 비에케 섬을 되살리는 캠페인에 참여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델가도는 "아직도 비에케 섬 곳곳에는 공습 테스트로 인해 발생한 잔해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비에케 섬은 푸에르토리코에서 가장 암 발병률이 높은 곳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시즌 42홈런, 1백45타점을 기록했지만 아깝게 아메리칸리그 MVP 자리를 놓친 델가도는 올 시즌 2할8리, 11홈런, 38타점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나는 전쟁지지자도 아니고 반전주의자도 아니다. 평화를 원할 뿐이다"라고 밝힌 델가도의 무언의 항의가 어떤 힘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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