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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염불은 No, 잿밥은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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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염불은 No, 잿밥은 Yes"

시민들이 잡은 유영철 놓고 경찰간 '논공싸움', 유씨 잡았다 풀어주기도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씨의 검거과정에 경찰이 드러낸 '무사안일'과 '논공싸움'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유씨가 이미 지난 1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적이 있으며, 또한 유씨에 의해 살해된 여성 11명 중 3명에 대해서도 이미 수개월전 실종신고가 있었고, 유씨 검거도 경찰 발표와는 달리 보도방 업주들이 격투끝에 검거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은 유씨 체포후 서로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 위해 낯뜨거운 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져, 염불에만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석방돼 여성 연쇄살해**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월21일 신촌의 모 찜질방에서 손님의 옷장을 털던 유씨를 현장에서 체포하고도 증거 불충분으로 그를 풀어줬던 사실이 밝혀졌다.

유씨는 서대문 경찰서에 체포된 후 수사를 받다가 탈주를 시도해 어깨와 발 등에 부상을 입고 경찰에 의해 병원 치료까지 받았으나, 이 사건의 지휘를 맡았던 서울서부지검이 옷장 열쇠에 유씨 지문이 묻어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재조사를 받는 바람에 경찰은 유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이틀후 그를 석방했다. 유씨는 그후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 6월에 법정에까지 출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석방후 부상을 치료한 뒤 범행대상을 부유층 노인에서 출장마사지 여성으로 바꾸어 11명을 연쇄살해했고, 이에 유족들은 체포 당시 경찰이 유씨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했었더라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경찰의 안이한 수사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피살 여성 3명,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

또한 유씨에게 살해된 11명의 여성 가운데 3명은 피랍직후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살자 권모(24)씨의 친구 김모(22)씨는 지난 3월23일 "출근한 친구가 일주일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는다"고 서울 마포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한모(34)씨의 남동생 역시 지난 6월4일 "모델 에이전시를 만난다고 나간 누나가 귀가하지 않아 '길거리 캐스팅'에 속아 납치된 것 같다"고 서대문 경찰서에 신고했으며 다음날 관할인 마포경찰서로 이첩된 상태였다. 지난달 말에는 김모(26)씨에 대해서도 강서구 한 지구대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살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주변 친구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유씨가 개입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해 단순실종 사건으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방 업주들이 격투끝에 유씨 붙잡아**

유씨 검거과정도 경찰 발표와는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방 업주 정모씨 등은 서로 대화를 나누다 유씨가 자기 업소 여성들을 납치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경찰에 '어떤 남성의 전화를 받고 나간 보도방 아가씨 2명이 실종됐다'고 신고했고, 지난 15일 새벽 기동수사대 경찰을 대동하고 서울 신촌 그랜드마트 근처로 유씨를 유인했다.

그러나 유씨가 나타나지 않자 기수대 경찰은 휴대폰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마침 신촌 모 상가 근처에 유씨가 나타나자 업주들은 유씨를 몸싸움 끝에 붙잡아 자신들의 차량에 태웠다. 붙잡힌 유씨는 새벽 4시반께 인근 서강지구대로 옮겨졌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8일 사건 전모를 발표하며 "첩보를 입수해 현장에서 직접 검거했다"고 발표했었다.

***경찰간 '논공행상 싸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잡은 유씨를 놓고 서로 낯뜨거운 공적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검거후 동행했던 한 마사지업소 주인은 19일 밤 S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수대 소속 모경장이 유씨를 기수대로 데려가려 하자 서강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못가게 막았다"며 "급기야 마포서 상황부실장이 술에 취한 채 달려왔으며 경찰관 사이의 싸움은 한시간 이상 계속됐다"고 폭로했다.

이 주인은 결국 이들보다 상급자인 강대원 기수대장이 직접 서강지구대로 나와 유씨의 신병을 데려가면서 공을 나누기로 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유씨 검거의 공을 놓고 싸움까지 벌였던 경찰은 경찰서내에서 조사 과정에서 유씨를 놓쳐 다음날 전경찰력을 동원해 간신히 다시 잡는 한심스런 작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말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열중했던 경찰의 실상을 드러낸 셈이다.

***경찰, "유씨, S대 명예교수 유족 대학 기부에 부유층 살해 중단" 주장**

한편 유씨는 기자들에게 "'부유층을 증오하거나 여성들을 혐오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살인 동기 보도는 오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인 동기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또한 유씨는 "처음 살해한 S대 명예교수 부부의 유족이 대학에 기부금을 낸 것을 보고 부유층에 대한 살인을 멈추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씨가 수사 초기보다 인간적으로 많이 뉘우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유씨가 '부산에서 2명을 죽이는 등 26명을 살해했다'는 진술에 대해 경찰은 일단 서울 노점상 상인을 살인한 대목을 빼고는 일단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지역 미해결 살인사건 중 유씨의 살해방법과 공통적인 부분이 발견되는 사건이 없고, 유씨가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하기 위해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부산에 납치됐다'는 여성들의 음성메세지가 남아 있는 점, 유씨가 철저하게 사체를 유기한 점 등을 근거로 보고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유씨를 상대로 계속 수사를 벌여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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