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 주관으로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대사와의 대화'에서 허버드 전 대사는 "한미 FTA협상이 한미관계의 토대가 됐다"며 "양국 관계가 굳건해지는 바탕을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했는데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허버드 대사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미 대사와의 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 이홍구 전 대사, 현홍주 전 대사,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 캐서린 스티븐슨 전 대사, 한승주 전 대사, 최영진 전 대사. ⓒ연합뉴스 |
한승주 전 주미 한국대사는 "보수 성향의 대통령이 하지 못한 일을 노 전 대통령이 했다"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을 받아들였고 한미 FTA협상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한 전 대사는 그러면서 "워싱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이 말보다 낫다는 말도 있을 정도"라며 당시 미국 정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한 이유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한국이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분석했다. 한 전 대사는 "허버드 대사가 말한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일을 했다. 이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외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989년부터 1993년 까지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한국 사회의 가장 훌륭한 대통령 3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며 "북방정책과 한반도에서의 미국 전술핵 철수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남북관계도 발전했다. 그동안 추징금도 다 납부했으니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한국의 보수 성향에 있는 분들이 전술핵의 재배치 언급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제 경험에 따르면 한국이 내릴 수 있는 최악의 제안"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핵무기의 재도입 논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술핵을 철수시킨 장본인으로서 이런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통일로 가야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홍구 전 주미 한국대사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통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7000만 남북한 민족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한반도에서 핵을 예방하고 제거해야 한다"며 기본합의서가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1년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했고 남북 모두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사는 "당시에 기회를 놓쳤던 것이 지금의 상황까지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아직 방안도 있고 전망도 있으니까 한미 양측이 노력한다면 다시 한 번 통일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부상이 한미 동맹의 가장 큰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진 전 주미 한국대사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상상 이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1세기는 태평양시대가 될 것"이라며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 핵과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통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미래에는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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