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 입김에 방송위원회가 중심을 잃고 휘둘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언제는 그렇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방송은 건국이후 지금까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누려본 적이 없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영방송시대도, 군사 독재정권시대도 아닌 민주정부 아래에서도 방송이 정치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문민정부가 수립된 후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 공보처가 담당하던 방송행정을 민간기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오랜 진통 끝에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에서 방송위원회를 독립된 행정기구로 한 방송법이 제정되고 소위 통합방송위원회라는 방송위원회가 탄생되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구성이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들에 의하여 나눠먹기식으로 변하다 보니 지난해에 임기가 끝난 제1기 방송위원회의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지난해 방송위 조합원, 방송학회 교수, 국회 문광위원 등 1백37명이 방송위원회의 전문성, 도덕성, 책임성, 독립성 등 4개 항목에 걸쳐 17개 문항을 토대로 평가한 결과를 보면 1백점 만점에 60점 미만의 낮은 점수가 나왔다. 특히 특정 이해집단으로부터의 독자성이 70%, 정책의 책임감과 업무추진력 역시 70% 이상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보니 방송위 상임위원이 자기와 관련된 집단근처를 맴돌던 웃지 못할 사태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현재 9명의 방송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추천하는 3인을 제외하고 6명의 위원을 국회가 추천토록 한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지닌 인사를 방송위원으로 추천하라는 신뢰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은 정치적 지분 챙기기식으로 위원회 구성을 하다보니 9명의 위원 중 뉴미디어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이번 탄핵방송 심의각하 만 아니라 2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해결되지 않은 방송현안들은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등 유료채널간의 갈등,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문제 등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방송정책은 그동안 장기적 로드맵 속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선심성, 혹은 과시성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특혜시비가 잇따르고, 시장수요에 맞지 않는 채널 과포화상태 속에서 지상파방송을 제외한 방송계는 고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업자간 이해충돌도 극심한 상황이어서 이를 조정하고,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방송의 공익성과 품질 강화에 나서야 할 방송위원회가 최근 탄핵방송 공방전과 정치투쟁 대리전에 휘말려 방송현안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상태이다.
위원회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것은 좋으나 자기이해에 따라 사안을 부풀리거나 정치공세를 펴는 이해집단은 더더욱 경계해야 할 사항일 것이다.
되돌아보면 필자의 기억으로 방송위원회 역사상 그나마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마 80년대 말 강원룡 위원장, 최창봉 부위원장 시절의 방송위원회가 가장 안정적인 시절이 아니었나 기억된다. 그 당시엔 방송위원회의 리더십과 권위에 정치권과 방송계가 다같이 지원을 했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