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시절 '코끼리' 김응룡 감독의 조언에 따라 타자로 전향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으로 SK로 이적해 지난 시즌부터 '해결사' 자리를 굳힌 이호준이 프로입단 10년만에 올스타 베스트 10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이호준은 7월 6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삼성증권배 2004 올스타전 팬 인기투표 최종집계결과 동군 지명타자부문에서 오리어리(삼성), 최경환(두산)을 따돌리고 올스타에 선발됐다.
***코끼리 감독 조언에 타자로 전향한 이호준**
박명환(두산), 김민재, 이진영(이상 SK)과 함께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린 이호준은 올 시즌 17홈런, 56타점을 기록하며 박경완과 SK타선의 '원투 펀치'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이호준은 박경완에 비해 홈런수는 적지만 타점부문에선 앞서 있어 SK의 진정한 '해결사'로 불리고 있다.
이미 광주일고 시절 투수 겸 4번타자로 뛰며 유망주로 각광받았던 이호준은 1994년 원래 투수로 해태 유니폼을 입었지만 '넌 타자를 해야 제격이다'라는 김응룡 감독의 한 마디에 미련없이 투수 글러브를 벗어던졌다.
박영길(전 삼성, 태평양 감독)과 함께 60년대 국내야구계에서 최고의 거포로 통했던 김응룡 감독은 90년 광주상고(현 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신인 홍현우를 4번타자로 발탁했을 만큼 장타자로서 재질이 있는 선수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김응룡 감독은 타자로 전향한 이호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98년 해태의 4번타자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호준은'제2의 홍현우'가 될 것이라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사진> 이호준
***SK에서 제2의 야구인생 꽃피워**
이호준은 98년 3할 3리,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는가 했지만 이듬해부터 타격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해태는 2000년 이호준을 SK로 트레이드시켰다. 김응룡 감독이 해태의 중심타자로 키워보려던 이호준이 미완성작으로 끝나게 된 셈이었다.
손목수술을 받은 뒤 재기에 성공한 이호준은 2001년 초반 반짝했지만 거포로서의 제 위치를 찾지 못했고 '잊혀진 선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2년부터 조금씩 홈런포의 짜릿한 손맛을 되찾기 시작한 이호준은 지난 해 생애최다인 36홈런, 1백2타점으로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해냈고 올 시즌 들어서는 중요한 시점마다 적시타를 쏟아내며 홈런부문 4위, 타점부문 5위에 각각 올라 있다.
해태의 촉망받는 4번타자로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SK로 이적해 거포로서의 못다 이룬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이호준이 설레는 마음으로 오는 7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지는 올스타전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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