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진출팀이 모두 가려진 유로 2004에서는 지금까지 유럽최고수준의 자국 프로리그를 운영해 온 이른바 '빅 5'가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4강진출에 실패했다.
유럽축구의 맹주였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가 탈락한 원인은 선수들이 클럽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도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결국 체력적으로 덜 지쳐있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유로 2004 지각변동, 빅 5국가 선수들의 잦은 클럽경기 출장이 원인**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9일(현지시간) “왜 유로 2004에서 이런 축구팀들의 서열변화가 일어 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분명한 이유는 빅 5 국가의 주축선수들이 클럽경기에 많이 출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그리스가 프랑스를 이긴 것은 두 팀 선수들간의 경기출장수의 차이점을 반영하는 결과다. 리그 경기만을 생각할 때 프랑스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29경기에 뛰었고 그리스 선수들은 21경기에 뛰었다. 특히 대부분의 프랑스 선수들은 유럽클럽축구대회에 8강 토너먼트까지 소속클럽에서 활약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임한 프랑스 자크 상티니 전 감독도 “선수들이 피로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니라 많은 감독들이 지적한 것이다. 프랑스는 유로 2004 이전에 빅 리그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좀더 나은 준비를 했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잉글랜드 에릭손 감독도 상티니 전 감독의 주장에 동의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잉글랜드 11명 선발선수들은 유럽클럽축구대회를 포함해 평균적으로 34경기에 뛰었다. 한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 수(38경기)와 프리미어리그 구단 숫자(20개)는 문제점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유로 2004 4강진출팀, 체력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반면 유로 2004 4강에 오른 네덜란드, 체코, 그리스, 포르투갈의 주요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유럽축구 5대강국 선수들에 비해 클럽경기에 평균적으로 적게 출장했다. 이들은 잦은 클럽경기 출장으로 인한 피로가 쌓이지 않아 그만큼 체력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유로 2004 대회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체코의 밀란 바로시는 소속팀 리버풀에서 13경기에 뛰었고 로시츠키 역시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 19경기에 출장했다.
네덜란드도 체코와 유사하다. 상대선수들과의 1대1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싸움닭’ 다비츠는 23경기, 빠른 측면돌파로 이번 대회에서 만개하고 있는 아르옌 로벤은 23경기, 반 데 메이데는 14경기에 출장했다.
포르투갈의 4강진출을 견인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FC포르투의 소속선수들인 데쿠,마니쉐, 코스티냐, 누누 발렌테, 카르발류는 각각 평균 28차례 리그경기에 나섰지만 주최국의 잇점으로 경기일정상 다른 팀에 비해 다소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UEFA, 각국 클럽팀 숫자제한해 리그경기수 줄이겠다**
UEFA(유럽축구연맹)는 유로 2008이 개최되기 전까지 각국 최상위의 프로축구팀 숫자를 16개로 줄이지 않으면 챔피언스리그 등에 출전자격을 주지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유럽 주요 프로축구리그들은 자신들이 없으면 UEFA가 TV중계권료 등 커다란 축구시장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UEFA의 아킬레스건을 잘 알기 때문에 UEFA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유럽 5대리그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0개 구단이 있으며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최상위리그에는 각각 18개 구단이 존재한다.
구단 숫자가 많으면 자연스레 경기가 많아져 피로감 때문에 A매치에서 좋은 활약을 하지 못한다는 점과 함께 최근 급격히 늘어난 유럽명문구단의 해외원정 친선경기도 명문클럽에 소속된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올 여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아시아투어를 할 예정이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은 7월 미국에서 경기를 치른다. 프로축구팀들의 글로벌 투어가 이 추세대로 점점 많아지면 오는 2008년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꽤많은 선수들이 또다시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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