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5일(현지시간) 펼쳐진 유로 2004 8강전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1대0으로 제압하는 대회 최대이변을 연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 우리나라의 돌풍을 연상시키는 대약진이다.
열전을 거듭하고 있는 유로 2004는 1960년부터 시작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의 5대강국인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해 '더 이상 유럽축구에 변방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그리스 조직력으로 비에이라 빠진 프랑스 깼다**
독일 프로축구팀 베르더 브레멘, 카이저스라우테른 등을 거치며 좋은 성적으로'오토 대제(King Otto)'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전력상 한 수 위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수비위주의 전략을 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반 초반부터 프랑스와 정면으로 맞섰다.
1대1 대결이 뛰어날 뿐 아니라 패싱능력을 갖춘 파트릭 비에이라가 부상으로 결장한 프랑스는 중원에서 그리스를 압도하지 못한 반면 레하겔 감독의 지휘아래 잘 조직된 그리스는 강한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프랑스를 압박했다.
그리스는 전반 14분 최고의 골잡이 데미스 니콜라이디스가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그리스는 1분뒤 프리킥된 공을 카초우라니스가 절묘하게 발을 갖다대 골을 기록하는가 싶었지만 프랑스 바르테즈 골키퍼가 골 라인을 넘기직전 막아냈다.
***그리스 4강 이끈 카리스테아스의 헤딩 결승골**
앙리와 트레제게가 최전방에서 특유의 순간스피드를 살린 공격을 하지 못해 애를 먹던 프랑스는 전반 25분 리자라쥐의 크로스를 앙리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0대0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 후반 20분 그리스의 스트라이커 카리스테아스는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독일 베르더 브레멘에서 뛰고 있는 카리스테아스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완벽한 타이밍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바르테즈 골키퍼는 공이 네트를 가르는 순간을 물끄러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위기에 몰린 프랑스의 자크 상티니 감독은 트레제게와 다쿠르를 빼고 윌토르, 사하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그리스의 그물망 같은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프랑스는 후반 42분 앙리가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지만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나 대회 2연속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그리스 축구신화의 주인공, 오토 레하겔 감독**
개막전에서 포르투갈을 격침시킨 뒤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그리스를 4강에 올려놓은 독일출신의 레하겔 감독은 경기후 "오늘 그리스의 승리는 세계에 널리 퍼질 것이다. 열정을 갖고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연출한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 선수들은 항상 개인능력면에선 뛰어났다. 하지만 그리스 선수들은 오직 팀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조직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3년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그리스 축구를 개조한 레하겔 감독은 유로 2004에서 그리스가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자 그리스 축구팬들로부터 '기인'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독일축구계의 상징적 존재인 프란츠 베켄바워는 8강진출 실패로 사임한 독일 루디 푈러 감독의 후임으로 유로 2004에서 '그리스 축구신화'를 쓰고 있는 레하겔 감독을 거론할 정도로 레하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돌풍의 주인공 그리스는 덴마크,체코 경기의 승자와 7월 1일 준결승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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