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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AD 도입, 한중관계 마지노선 넘자는 건가?

[정욱식의 '오, 평화'] 부상하는 THAAD 도입론

박근혜 정부와 군 당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 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해군과 공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앞선 글(☞관련기사 : 더 늦기 전에 MD에서 발빼야 한다)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군은 한국형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장착하고 싶어한다. 반면, 공군은 미국의 고고도지역방어체제(THAAD)를 도입하길 원한다.

해군과 공군의 신경전을 반영하듯, 국방부의 설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 "SM-3 미사일을 검토 중이며 THAAD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SM-3는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층 방어는 고도 100킬로미터(㎞) 이내를 의미하고, THAAD도 하층 방어 요격 무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SM-3는 요격 고도 100km 이상의 상층 방어체제이어서 도입 고려 대상이 아니고, THAAD는 하층 방어체제이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 지난 14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얼마 전까지 군 당국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MD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핵심 논리로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는 요격 고도 10~30km 사이의 하층 방어에 집중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하층' 기준을 100km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THAAD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에 전시작전권 환수 일정 연기를 요청하면서 미국이 요구해온 다층 방어체계 구축에 동의해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THAAD란 무엇인가?

김민석 대변인은 THAAD가 하층 방어용 무기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이 무기를 만든 미국은 '상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1999년 미 국방부 보고서는 "THAAD와 같은 4개 포대의 상층 체계와 PAC-3와 같은 7개 포대의 하층 체계를 이용하면, 한국으로 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THAAD의 최저 요격 고도를 40km로 상정하고 있어, 상층과 하층을 나누는 기준을 40km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THAAD의 요격 고도는 40km 이상, 150km 미만이다. 김 대변인이 미국의 MD 편입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제시한 "100km는 하층"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록히드마틴이 주사업자로 생산하고 있는 THAAD는 요격 고도와 범위가 제한적인 패트리엇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PAC-3 및 SM-3와 마찬가지로 '직격탄(hit-to-kill)'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최대 사거리는 200km, 요격 고도는 150km에 달한다. 1개 포대는 8발의 요격미사일이 장착되는 6대의 발사대로 구성되어 있고, 포대당 가격은 1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이동식 X-밴드 레이더인 AN/TPY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요격 고도가 낮은 패트리엇이 지점 방어(point defense) 시스템인 반면에 요격 고도가 최대 150km에 달하는 THAAD는 지역 방어(area defense) 체계이다. 예를 들어 패트리엇으로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경내나 바로 인근에 패트리엇을 배치해야 하는 반면에, THAAD는 청와대 반경 수십 km 밖에 설치해도 요격이 가능하다. 또한 요격 고도가 높은 만큼 요격 시간을 패트리엇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뽑힌다. 아울러 핵미사일이나 화학탄두 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낙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언급된다. 공군은 이러한 점을 부각시켜 THAAD 도입을 관철하려고 한다.


주한미군 역시 THAAD의 한국 내 배치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THAAD가 완전한 작전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라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4개 포대를 배치하는데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주저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THAAD를 도입해주면 미국은 말 그대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고, 막대한 무기 판매 수익도 올릴 수 있다.

THAAD는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면, THAAD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어체계가 될 수 있을까?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예산상의 부담이다. 2개 포대를 도입할 경우 도입가와 운영유지비로 10조 원 안팎이, 4개를 도입할 경우 20조 원 안팎이 소요된다. 이에 반해 THAAD 역시 MD의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맞추기도 어렵고, 맞추더라도 탄두를 파괴하기 어려워 비행경로만 바뀔 뿐 탄두가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킬 체인'과 MD 강화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동시에 중국을 자극할 우려도 크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는 것을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이라고 간주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MD와의 상호운용성에 합의하고 상층 체계까지 도입할 경우 한중관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THAAD는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인 평택과 오산 기지를 방어권이 포함시킬 수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AN/TPY-2 레이더의 최대 탐지범위가 2000km에 달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의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이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에 있는 X-밴드 레이더가 이 정보를 미국이나 일본에 전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줄곧 한국에 이 레이더를 백령도 등 한국 영토에 배치하는 것을 타진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난색을 표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이 THAAD와 한 세트인 X-밴드 레이더를 도입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중국과의 무관함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이러한 장비가 결국 미국과 공유될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실제로 한미 간의 MD 협력이 "가용 자산과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지휘·통제 체계의 상호운용성 증진"까지 합의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는 한-미-일 3자 MD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란 불가능하다.

'MD가 안 된다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안은 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일단 한미동맹은 세계 최강의 억제 전력을 이미 구비해놓고 있다. 북한의 목표는 자살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점에서, 소련에도 통했던 억제가 북한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MD가 필요하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억제력을 잘 관리하면서 능동적인 협상에 임하는 것이 MD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협상을 통해 당장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은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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