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8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민투표 공약 폐기 논란과 관련, "국회에서 통과시킨 사항에 대해서 대통령이 다시 국민투표 하겠다는 건 국회의 의사를 번복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당론을 먼저 결정하고 논란을 해야지,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킬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정치적 공세로 접근하는 것은 떳떳한 태도가 아니다"며 한나라당을 맹공격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정책적 수준이 아니라 정쟁의 수준이며 '대통령 흔들기'의 저의도 감춰져 있다"고 이 논란을 바라보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투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게된 경위에 대해서도 "제1야당의 대표가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면서 처음부터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공약 자체에 대해서 말하면 여러 차례에 걸쳐 어떤 때에는 전제 조건을 붙여,어떤 때에는 요구 조건 없이 국민투표를 한다, 할 수 있다 말해 왔다. 그걸 공약이냐고 묻는다면 공약이라고 인정하겠다"면서 "그런데 그 이후에 이정책을 둘러싸고 진행된 여러가지 상황이 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자신이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 공약을 실천하려고 해도 그럴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정책은 국회에서 여야 4당의 합의로 통과됐다. 그래서 이건 이미 종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투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공약 여부를 떠나 국민투표를 하는 게 옳으냐, 이 문제는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얘기하는게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이 문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가면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결정 주체가 국회임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한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정치다"**
특히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와 관련,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행정수도 특별법'을 폐기할 거냐, 말거냐를 한나라당이 먼저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회에서 당당하게 논란을 해야지 대통령에게 자꾸 질문해서야 되겠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정치 수준이 이래서야 되겠냐"는 비난까지 섞어가며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았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한 행위에 대해서 책임져야 정치다. 자고 나면 뒤집고, 흔들고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우리가 국회를 신뢰하고 하겠나. 언제 결정된 것을 번복할지 모르는데 정부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정책을 집행하겠나"며 한나라당에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행정수도 논란, '대통령 흔들기'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정책적 수준이 아니라 정쟁의 수준이며 '대통령 흔들기'의 저의도 감춰져 있다"며 "이런 것은 엄청난 국력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 결정된 것은 승복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이게 원칙이다. 원칙없이 자꾸 흔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이같은 혼란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에 대해 노 대통령은 "헌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국민적 합의나 정치권 합의가 있으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 재신임 국민투표 얘기를 꺼냈다가 엄청난 정치적 곤경을 겪었다"며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지금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언급을 피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부 헌법학자들이나 반대론자들이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되고 안되고 간에 국회에서 여야 4당간 합의로서 통과된 법률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결정을 대통령이 내리라는 학자들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설사 대통령이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해도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국민투표를 부친다고 하는게 과연 적절하겠느냐. 가만 있겠냐"며 이 역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가령 선거구 제도에 관해 저는 줄기차게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구제도를 국회에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제가 이걸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정치권이 가만 있겠나. 헌법 학자들이 가만 있겠나. 아마 지금 국민투표할 수 있다고 하는 헌법학자들이 먼저 '국회를 무시한 처사다'라고 해서 엄청난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와 관련된 국회 결정을 따르겠냐'는 질문에 "국회의 의결이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도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구속력 있는 의결로서 결정하면 대통령은 그것을 그대로 집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건 저의 의지와는 무관하고 법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결론없이 논란만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시한을 정할 용의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국회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법안이 통과된다든지, 대통령이 거역할 수 없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은 그야말로 기존의 합의에 따라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 정책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머지 문제는 상황의 전개에 따라 그때그때 입장을 정리해서 명료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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