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와 계약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팀 스포츠의 꽃인 우승을 위해 LA 레이커스로 이적했지만 디트로이트의 우승을 부상때문에 벤치에서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던 칼 말론이 남긴 말이다.
15일(현지시간) NBA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디트로이트가 환희의 기쁨을 누리는 동안 지금까지 무려 플레이오프만 1백93 경기에 출전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던 ‘우편배달부’ 칼 말론은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했다.
***우승 갈증 풀지 못한 칼 말론**
2003~2004 시즌을 앞두고 칼 말론은 18년동안 몸담았던 친정팀 유타 재즈를 떠났다. 유타 재즈에서 전년도에 약 1천9백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말론이 1백50십만달러의 연봉으로 LA 레이커스로 이적한 이유는 우승의 갈증을 풀기위해서 였다. LA 레이커스에는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 슈퍼스타들이 많아 샐러리캡(연봉상한제)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칼 말론에게 많은 연봉을 줄 수 가 없는 상황이었다.
LA 레이커스는 휴스턴, 샌안토니오, 미네소타를 차례로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NBA 통산 득점랭킹 2위인 칼 말론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듯 했다. NBA 전문가들도 LA 레이커스의 손을 들어줬을 뿐 더러 최근 5년간 계속됐던 서부컨퍼런스 팀의 우승 사례 등을 봤을 때 LA 레이커스의 우승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수비의 제왕’ 벤 월러스, ‘코트의 악동’ 라시드 월러스, 민완가드 천시 빌럽스, 고교시절 코비의 라이벌 리차드 해밀턴이 주축을 이룬 디트로이트의 끈끈한 조직력은 LA 레이커스를 압도했다. 설상가상격으로 2차전에서 칼 말론이 부상당한 LA 레이커스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디트로이트에 완패했다.
우승을 그 누구보다 갈망했던 칼 말론은 정작 디트로이트의 우승이 결정되던 5차전 승부를 무릎부상으로 유니폼대신 사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다. 챔피언결정전에 3번째 출전한 칼 말론에겐 사실상 우승을 할 수 있던 마지막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에 편지를 배달하지 않는다”**
성실함과 꾸준한 득점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편지를 배달해주는 ‘우편배달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칼 말론은 지금까지 조던의 벽에 가로막혀 NBA 정상문턱에서 번번이 물러났다. 특히 1996~1997시즌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말론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승부였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와 맞붙은 유타 재즈는 적지에서 1차전을 잡는 이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4쿼터 종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82 대 82의 접전 승부에서 칼 말론은 자유투라인에 섰다.
하지만 시카고의 스코티 피펜은 말론에게 다가와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에 편지를 배달하지 않아”라며 말론의 신경을 거슬렸고 말론은 자유투 2개를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시카고는 크로스 오버 드리블에 이은 조던의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갈랐다.
골을 성공시킨 후 뒤로 돌아서 주먹을 불끈 쥐는 조던의 모습과 머리를 숙인채 라커룸으로 향하는 칼 말론의 모습은 명백한 대비를 보여줬고 이미 경기장의 분위기는 시카고가 우승한 거나 다름없었다.
마이클 조던을 따돌리고 1996~97 시즌 MVP를 수상한 칼 말론은 “우리 팀이 결정적인 순간 승기를 잡지 못했다 오늘의 패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말론은 오른 손 부상으로 슛 감각이 좋지 않았지만 그게 핑계가 될 순 없었다.
***무릎부상 말론,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
AP통신은 16일 “말론은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곧 41세가 되는 말론은 지난 해 무릎인대 부상을 당해 39경기를 결장했고 이번 플레이오프에도 무릎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말론의 에이전트인 드와이트 맨리도 “말론은 이번 주 MRI 촬영을 해 무릎부상의 정도를 체크할 것이다. 말론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언급했다.
전설적인 센터 카림 압둘 자바에 이어 NBA 통산 득점랭킹 2위에 올라있는 칼 말론이 우승반지의 한을 풀지 못한 채 NBA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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