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궐 선거 참패 여파로 낙마 위기에 빠졌던 열린우리당 신기남 지도부가 중앙위원회의 ‘재신임’ 결정으로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10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우리당 중앙위는 “당헌당규 재정비가 완료되면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선출 방법과 시기를 재논의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전대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내년 1~2월이 유력하다.
***“분양원가, 대통령과 다른 의견 낼수도 있다”**
중앙위에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신기남 당의장은 중앙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나와 지도부는 중앙위에서 계속 일하라는 명을 받았다”며 “당 체제를 갖추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을 내년 초까지 당의 체제 정비하고 기반을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 신 의장은 “내년 4월에 중요한 재보선이 예정돼 있으니 만큼 내년 초에는 전당대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헌당규 개정과 기간당원 육성, 시스템 정비 시간까지 하면 내년 1~2월 정도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우리당이 연 새 정치 시대이니 새 정치의 모든 책임 우리에게 있고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열 가지 잘못, 오만보다 우리당의 한 가지 잘못, 자만을 더욱 꾸짖는다”며 “당원 동지들도 단결하고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개혁이 아니다”고 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선 “논의의 출발인 만큼 추후 당정협의를 통해 무엇이 최상인지가 기다려보면 나올 것”이라고 피해갔다.
다만 그는 분양원가 공개가 총선 공약임을 환기시키며 “당이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며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공약이 변화하려면 이유와 절차가 있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나름대로 안을 제시한 것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후퇴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지도부 유임 결정에 따라 공백이 생긴 상임중앙위원의 충원이 예상된다. 현재 정동영 전의장과 재보선 책임론을 주장하며 사퇴한 김정길 위원 자리가 공석이다. 당초 사퇴의사를 표했던 이부영 위원은 이날 중앙위에서 사의를 거뒀다.
이와 관련, 신 의장은 “당내 리더십을 어떻게 보강해 나갈 것이냐를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며 “(공석 보충은) 더 연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이미경,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도 “당 체제를 정비해달라는 중앙위원들의 충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체제정비를 위해 지도부가 그만두면 안된다고 중앙위가 수준높은 결론을 내렸다”고 각각 평가했다.
***유시민, “현 지도부 정통성 위기에 봉착”**
이날 중앙위의 결정으로 6.5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내 불거졌던 조기 전당대회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도부의 정통성 문제 등을 둘러싸고 4시간에 걸친 중앙위의 격론은 신 의장 체제의 내부적 불안 요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재신임 결론에 앞서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건설적인 우리 나름대로의 메세지, 몸짓, 세레모니가 있을 때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내년 재보선에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조기 개최를 적극 주장했다.
이 위원은 “4.15 총선에서 우리 손을 들어줬던 국민들이 어떻게 50일 만에 우리를 일패도지 시켰는가. 완패를 안겨준 국민들에게 이렇게 스스로를 다짐하고 바꾸어 가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위원 발언 이후 비공개로 들어간 본격 토론에서는 이 위원 외에도 유시민, 조배숙 의원, 노혜경, 김희숙 중앙위원 등이 ‘조기전대론’을 주장했다고 임종석 대변인이 전했다.
그 중 유시민 의원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현 시점에서 지도부가 정통성의 위기에 봉착해 있고,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않는 한 당은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 발전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입당하고 싶은 정당으로 조속히 다시 서는 게 중요하다”며 ”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은 “당 체제가 정비되지 않고 기간당원 육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는 다수 ‘현실론’에 밀렸다.
김영춘, 박병석, 정청래, 양형일 의원 등을 비롯한 다수 중앙위원들이 “지금 현재 조기대회를 치르기에는 당 체제가 미비하다”며 “현재 지도부가 책임 있게 당헌당규 개정과 기간당원 육성을 준비한 후 내년 전당대회를 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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