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4일 연봉문제에서 좁힐 수 없는 이견을 보였던 브뤼노 메추와의 협상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오는 7일 오전 기술위원회를 열어 새 감독후보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소속팀이 없어 자유롭고 한국감독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세놀 귀네슈(전 터키 감독)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메추 쇼크로 1984년 LA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사우디전 이후 ‘오일달러’의 쓴맛을 또다시 경험한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축구협, 극비리에 감독영입 작업 진행할 듯**
지난 5월 30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브뤼노 메추를 차기감독 최종영입 대상자로 발표한 이후 메추 감독은 카타르 알 이티하드 클럽과 한국 대표팀을 ‘돈’으로 저울질하자 메추는 물론이고 축구협회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축구협회가 최종영입 대상자로 메추를 성급하게 발표해 협상의 주도권을 뺏겼다는 점, 이 과정에서 기술위원회와 국제국간의 매끄럽지 못한 조율, 원 소속팀인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 알 아인 클럽과의 ‘위약금’을 포함해 메추가 처해있는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이다.
때문에 축구협회는 향후 감독영입대상자와의 접촉, 후보자들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 채 극비리에 감독영입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추와 소속구단간의 미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메추의 말만 믿고 협상에서 낭패를 본 축구협회는 서두르지 않고 새로운 감독영입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예선, 아시안컵 등 중요한 경기가 목전에 닥친 상황이라 축구협회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사진> 귀네슈
***매카시 ‘냉담’, 귀네슈 ‘적극적’**
메추 감독과의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대안으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감독은 믹 매카시와 세놀 귀네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후보로 물망에 오른 뒤 두 감독의 태도는 상반됐다. 귀네슈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반면 매카시의 반응은 차가웠다.
매카시는 5월 20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제의가 아니면 선더랜드를 떠나지 않겠다. 나는 현재 내 일에 만족한다”며 선더랜드 잔류의지를 내비쳤다.
귀네슈의 경우는 기술위원회도 지적했듯이 독일어 터키어 밖에 사용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그가 소속팀이 없는 자유의 몸이고 한국감독직에 대한 강한 열망을 피력하고 있어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히딩크 오른팔 베어벡 “내가 한국감독 맡겠다”**
한편 메추 감독과의 협상이 무산된 시점에서 2002년 월드컵때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를 맡았던 핌 베어벡이 “나에게 감독직을 맡겨달라”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축구전문 기자인 오은 스위니는 베어벡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 컵과 올림픽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은 선수들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어벡은 “아시안 컵 혹은 올림픽까지만을 위해서라도 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 그 이후에 2006년 월드컵까지 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은 스위니 기자는 “베어벡이 네덜란드 안틸레스와의 계약은 오는 6월 19일에 끝나기 때문에 곧 그는 자유로워 질 것이지만 일본 클럽팀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가능성도 오래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축구, 오일달러 쇼크 벗어나라**
지난 1984년 한국은 LA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사우디에게 억울한 패배를 당한 바 있다. 피말리는 혈전끝에 한국은 사우디에게 4-5로 패했고 체력이 떨어지고 사기도 꺾인 한국은 이후 이라크에게 0-1로 패해 올림픽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과 사우디의 경기는 사우디가 1백만달러로 심판을 매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출신 심판의 편파판정은 극에 달했다.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은 심판까지 합해 모두 ‘12명’과 싸웠고 사우디 오일달러 앞에 올림픽티켓을 도둑맞은 셈이었다.
20년이 지난 2004년 한국축구는 메추 영입과정에서 또다시 중동 오일달러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5월 30일 허정무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은 겸손해야 한다. 자만과 자신감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는 감독후보들의 뼈있는 말을 전했다. 한국축구가 한 여름밤의 꿈같은 월드컵 4강신화의 달콤함은 이제 잠시 뒤로 하고 새로운 각오로 전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추파동이후 감독영입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축구협회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