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명환(두산)과 이승호(LG)가 3일 잠실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탈삼진 갯수에서 각각 73개, 68개를 기록중인 박명환과 이승호의 대결은 탈삼진 경쟁뿐만 아니라 지난 1995년 이상훈과 김상진 카드이후 잠실라이벌 LG와 두산간 경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투수 매치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명환 '슬라이더' vs 이승호 '포크볼'**
5승 1패를 기록하며 키퍼(6승)와 함께 두산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박명환은 올 시즌 들어 슬라이더와 한층 무게감이 배가된 최고시속 1백50Km대의 빠른 볼로 상대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시속 1백40Km로 들어오는 박명환의 슬라이더는 현역선수로는 현대 마무리투수 조용준과 함께 최고수준이다.
박명환은 61이닝 동안 73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만 봐도 그의 구위를 알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박명환이 부상없이 1백80이닝만 소화해도 2백탈삼진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던 박명환에겐 무리한 투구는 아직 금물이다. 대신 철저한 등판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명환의 또다른 강점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는 삼진과 볼넷 비율이다. 박명환은 73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볼넷은 단 15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력에서도 안정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호는 올 시즌 들어 LG의 에이스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이승호는 지난 해 삿포로에서 열린 올림픽예선 일본전에서 비록 패하긴 했지만 호투를 한 이후 자신감을 얻어 올 해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간결한 백스윙과 무리없는 투구폼을 갖춘 이승호는 같은 폼에서 직구, 체인지업, 포크볼 등을 던져 타자가 타격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특히 이승호가 결정구로 자주 사용하는 반포크볼은 떨어지는 각이 예리해 헛스윙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승호의 반포크볼은 지난 시즌 다승왕이자 '최고연봉투수' 정민태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시즌 탈삼진왕 이승호의 문제점은 볼넷이 잦아 투구수가 많다는 것. 이승호는 73과 2/3이닝동안 41개의 볼넷을 내줬다. 국내 프로야구 엘리트급 투수로서는 다소 많은 볼넷이다. 이승호 자신도 "볼넷과 투구수를 줄이는 게 최대목표"라고 할 정도다.
***1995년 이상훈, 김상진의 마운드 격돌**
'잠실라이벌' LG와 두산의 마운드 대결이 가장 관심을 끌었던 때는 프로야구가 최고호황을 누렸던 1995년으로 이상훈과 김상진이 다승왕 경쟁을 했을 때다. 팀 성적에서도 LG, 두산(당시 OB)은 1,2위를 다툴 정도로 잠실구장의 야구열기가 뜨거웠다. 결국 반 게임차의 박빙의 승부끝에 OB가 1위, LG가 2위를 차지했다.
2일 전격은퇴선언을 한 좌완투수 이상훈은 1995년 20승 5패를 달성하며 다승왕에 올랐다. 다승왕 경쟁에서는 이상훈에게 밀렸지만 김상진도 17승 7패로 대활약하며 OB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끌었다.
올스타전에서도 이상훈과 김상진은 각각 서군과 동군의 선발투수로 출격해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이상훈의 승리였다.
OB, LG가 정규시즌 1,2위를 차지하자 팬들의 관심은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 팀간의 '덕아웃 시리즈' 성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물론 이상훈과 김상진의 맞대결 카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LG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게 패하면서 '덕아웃 시리즈'는 무산됐고 한국시리즈에서 OB가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LG는 좌완투수 이상훈, 이승호를 내세우고 두산은 우완투수 김상진, 박명환이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1게임 차이로 2,3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과 LG의 향후 잠실라이벌전의 성패를 가름할 이승호와 박명환의 투수대결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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